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팡시와 시진핑 스타일


'요우런후두어두어 요우런메이후커우(有人戶多多 有人没戶ㆍ누군가는 호적이 너무 많고 누군가는 호적이 없다)'

중국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외국인은 주숙등기를 해야 한다. 그것도 24시간 내에 어디에 머무는지 중국 정부에 신고를 해야 하는 셈이다. 관광객이라면 호텔에서 자동으로 해주지만 업무상 중국을 방문한 후 아차, 하다가는 벌금과 함께 낭패를 본다.

외국인에게 철저한 중국 정부가 내국인에게는 후한 걸까. 최근 중국 언론에 팡시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산시성 농촌상업은행장의 부동산 투자를 빗대 팡지예(부동산 언니)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더니 이제는 부동산 며느리라는 팡시가 유행이다.


같은 부동산 투자지만 팡시는 팡지예보다 한 수 더 위다. 팡시는 산시성 윈청, 베이징 등 여러 개의 호적을 가지고 부동산 투자를 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며 중국인들을 들끓게 했다. 거주지의 호구를 얻지 못한 도시 농민공들이 임금과 사회보장에서 차별을 받는 상황에서 팡시의 멀티 호적은 중국 도시화의 최대 문제점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한 셈이다.

관련기사



중국의 호적제도는 개혁개방 이후 농민공을 옭아매는 족쇄였다. 무형의 신분제도로 불평등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의 주된 요인이 됐다. 중국 정부도 지난 2007년부터 호적제도의 개혁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제도의 복잡함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핑계로 한차례 연기됐다. 지난해 원자바오 총리가 전인대에서 공식적으로 호적제도 개혁을 언급하며 공안국은 올해 전국 단위의 호적제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가 개혁의 손길을 뻗치기도 전에 호적 문제는 부정부패와 연관되며 시진핑 개혁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멀티 호적자들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호적제도의 빈틈이 부패와 연결고리가 닿고 권력의 비호를 받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30일 시진핑 총서기가 3월 전국인민대표자회의를 간소하게 치러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중국 관영언론이 대서 특필했다. 시진핑 스타일, 낭비에 재갈을 물렸다라고 평가하며 전인대에서 환송ㆍ파티ㆍ선물 등을 없애고 이런 분위기를 전국민들에게 알리고 실천하도록 독려한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이런 시 총서기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듯하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한 시민은 "그동안 얼마나 낭비를 했으면 춘제를 앞두고 호구도 없는 농민공의 마음은 아는지"라는 글이 눈에 띈다.

김현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