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2월 25일] 엇박자 IT정책

"방송통신 정책을 주관하는 곳이 어딘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IT 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IT 강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방안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점을 빠뜨리고 있는 것 같다"며 컨트롤 타워의 부재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에 IT특보(특별보좌관)가 있고 방송통신위원회도 존재하지만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일사불란한 맛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데이터요금 무한정액제 도입을 둘러싼 혼선은 사공만 많은 우리 통신정책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4일 정부가 데이터요금 무한정액제를 도입하기로 (부처 간) 합의했다는 소식이 일부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이동통신요금 정책의 주무 부서인 방통위가 발칵 뒤집혔다. 이날 지식경제부 차관이 '소프트웨어 강국 도약전략'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기자들과 만나 "데이터요금 무한정액제 도입과 관련해 방통위와 합의를 마친 상태로, 이동통신사들과 협의해 조만간 제도가 도입될 것"이라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방통위는 담당국장은 물론 대변인까지 나서 "'무한정액제 도입은 지경부와 합의할 사항도 아니고 합의도 없었다"고 전면 부인했다. 담당국장은 다음날에도 기자실에 들러 "무한정액제는 무선인터넷 산업 활성화를 위해 검토해야 할 장기과제인 것은 맞지만 당장 도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강국으로의 도약을 외치는 정부 내에서조차 주요 정책의 조율이 안 되고 있는 셈이다. IT강국으로 재도약하기 위한 묘책을 찾는 데 주관 부처를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러 군데에서 쏟아내는 다양한 아이디어 속에서 최선의 방책을 찾는 게 가장 좋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설익은 정책을 발표하는 정부 부처 간 실적 쌓기 경쟁은 다른 문제다. 그것은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부담은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기 때문이다. "지경부와 방통위의 정책 혼선에서 보듯 지금 정부에는 IT관련 정책의 중심을 잡아주고 강력하게 밀어붙일 컨트롤 타워가 없다. IT특보는 행사장에서만 보이고 정책은 여러 부처에서 걸러지지 않고 공개된다"는 IT업계 관계자의 말이 하소연으로 들리지만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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