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소재산업, 조연에서 주연으로

일상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규사(모래)가 벽돌의 재료가 된다는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규사가 벽돌보다 부가가치가 5,000배 이상 높은 반도체의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는 것은 잘 모른다. 특히 규사가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실리콘웨이퍼(실리콘봉)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고순도(99.99999% 실리콘)화 과정이 필요한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이 기술을 모두 일본 등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외국에서 실리콘웨이퍼를 공급하지 않는다면 세계 1위의 우리 반도체산업은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부품이나 완제품과 달리 우리 산업에서 소재의 중요성은 간과돼온 게 현실이다. 그동안 소재산업은 기존 범용 소재의 성능을 개선하거나 외국에서 수입한 소재를 가지고 생산ㆍ조립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치중해왔다. 소개 개발 및 개발된 신소재가 제품화될 때 까지는 막대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한데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소재산업에 선뜻 투자를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원천기술과 신소재 개발에 필요한 전문적 지원 시스템과 기존 인프라들간의 체계적 연계도 부족했다. 그 결과 지난해 대일 부품소재 무역적자 161억달러 중 소재 분야가 45% 이상을 차지했다. 전자 소재의 경우 70% 이상은 수입에 의존한다. 우리 경제가 부문간 양극화를 해소하고 ‘질 좋은 성장’이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소재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필수 과제가 됐다. 실제 소재산업은 전자와 섬유ㆍ자동차ㆍ조선ㆍ기계 등 국가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뿌리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서도 제조업 생산액의 30%를 점유하는 핵심 기간산업이다. 게다가 앞으로 우리나라를 먹여살릴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첨단제품에 있어서도 소재 원천기술의 확보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 산업 동향도 이미 ‘소재를 지배하는 자가 기술을 지배하는 구조’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런 배경하에 정부는 지난해 말 이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소재산업 발전 대책을 수립, 추진 중이다. 우선 소재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아직도 대부부 수입되고 있는 주력산업용 소재의 국산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향후 세계 시장의 선점이 가능한 핵심 원천기술을 전략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미래 자동차용 초경량 마그네슘 금속소재와 유비쿼터스 디스플레이 소재, 차세대 정보기술(IT)제품용 세라믹소재 등이 향후 우리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책임질 유력 후보군이다. 또 다른 것은 3대 소재(금속ㆍ화학ㆍ세라믹)의 분야별 종합지원센터를 축으로 하는 ‘소재 정보은행(Materials Bank)과 소재 원천기술 실용화 센터’ 등 기술지원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소재 관련 정보를 수요자 중심으로 수집ㆍ가공해 보급하고 개발된 소재 원천기술을 부품화할 수 있다. 체계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전문인력 양성과 국제공동연구, 특허ㆍ표준화 지원이 가능해짐으로써 우리 국산 소재의 세계적 브랜드화도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그동안 소재는 우리 산업 무대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엑스트라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는 치열한 세계 산업시장의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서는 숨어 있는 신인을 발굴, 주연으로 길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히 소재기술은 혁신을 두고 민간과 정부가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소재 분야도 국제과학논문색인(SCI) 게재 논문 건수는 이미 세계 5위권에 들어서는 등 소재산업 발전을 위한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남은 건은 민간의 혁신 역량과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을 통해 ‘소재산업 발전 대책’을 현실로 일궈내는 것이다. 21세기 우리의 소재산업, 이제는 엑스트라가 아닌 주인공으로서 전면에 나설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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