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가 최고의 보석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워낙 단단해 17세기 말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페르지가 연마방법을 개발하기 전까지 원석 형태로 사용된 탓이다. 1477년 오스트리아 막시밀리안 대공이 프랑스 버건디 왕국의 공주에게 청혼하며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한 후 귀족사회에서 영원한 사랑과 헌신을 상징하는 약혼반지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대중화의 발판이 마련된 것은 186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대규모 광상(鑛床)이 발견되고 근대적 채굴법이 보급된 후다.
△다이아몬드를 차지하려는 인간들의 탐욕은 피비린내 나는 광기의 역사도 만들어냈다. 순도 높은 광맥으로 유명한 아프리카 남서부 시에라리온에서는 반군 혁명연합전선(RUF)이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하기 위해 1991년 내전을 일으킨 후 2002년 휴전까지 9만2,000여명이 죽거나 양 손목이 잘리는 처참한 운명을 맞았다.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은 이들이 밀수출한 다이어몬드를 사들여 자금을 불리고 돈세탁을 했다. 빈 라덴은 이 돈으로 다이아몬드 최대 수입국인 미국 뉴욕에서 9ㆍ11테러를 일으켰다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다이아몬드는 지하 수백㎞에서 마그마가 화산으로 분출하기까지 탄소가 약 3만기압, 섭씨3,000도 안팎의 고온고압을 받아 만들어진다. 99.95% 이상의 탄소로 이뤄져 있으며 기본적으로 무색투명하다. 다만 불순물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노랑ㆍ녹색ㆍ청색ㆍ분홍 등 색깔을 띄게 된다. 질소 함량이 많은 황색 계통보다는 붕소 등이 함유된 청색ㆍ분홍 계통이 훨씬 희귀하고 비싸다. 최근 해외 보석경매에서 자두 크기만한 59.6캐럿(약 12g)짜리 핑크 다이아몬드(사진)가 사상 최고가인 890억원에, 14.82캐럿(약 3g) 오렌지 다이아몬드가 338억원에 팔린 것도 이 덕분이다.
△다이아몬드가 비싼 데는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재벌인 영국 드비어스를 중심으로 한 유통독점이 자리하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광고 문구로 세계인을 사로잡은 드비어스와 런던 다이아몬드 신디케이트의 시장지배력이 깨지면 지구촌 부부들은 웃게 될까. 아니면 보다 희귀한 보석을 찾아 나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