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영화] '판타스틱 자살소동'

삶이 너무 무거운 이들의 판타스틱한 3色 이야기


합승 자동차를 말하는 '옴니버스(Omnibus)'는 원래 라틴어 '만인을 위한'이란 뜻에서 유래했다. 자동차보다 이제는 영화에서 더 많이 쓰는 옴니버스방식은 여러 감독이 모여 비슷한 주제를 놓고 자신만의 개성을 녹여내 한번의 관람으로 여러 색깔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 사이에 아직도 비주류 영화라는 인식이 강해 외면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옴니버스 영화는 따분하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자살을 소재로 3개의 에피소드에 담아낸 '판타스틱 자살소동'이 영화적 재미와 잔잔한 감동으로 8일 관객을 찾는다. #1.암흑 속의 세 사람… 깜빡 잠든 탓에 시험을 보지 못한 지나(한여름)는 옥상에 뛰어내려 자살을 시도한다. 웬일인지 지나는 다친 곳 없이 멀쩡하다. 하지만 양호 선생님(김가연)은 지나를 사랑한다고 쫓아다니고 학교를 폭파하겠다는 민호(타블로)는 학생주임(박휘순)을 암살하려 하면서 사건은 현실과 환상이 뒤엉켜 꼬여 간다. #2.날아라 닭… 부조리한 세상에 염증은 느낀 경찰(김남진)은 어느 바닷가 여관에서 권총으로 자살하려 한다. 그는 단 세발의 총알을 가지고 있는데 시골 건달 두 명이 바닷가에 나타난다. 두 명을 총으로 쏴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데 또 다른 건달이 등장하고 경찰은 그를 죽이려 쫓아간다. #3.해피 버스데이… 자기 생일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 데 화가 난 게이 할아버지 임춘봉(정재진)은 자살을 결심한다. 춘봉은 기찻길에 서 있는 필립(강인형)과 만나 인연을 맺게 된다. 알고 보니 필립은 깡패에게 쫓기는 신세. 필립을 구하기 위해 대신 바닷가에 뛰어든 춘봉은 자신이 물에 빠져 죽은 것으로 착각하는데…. '판타스틱 자살소동'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환상인지 현실인지가 불분명하다. 옥상에서 떨어진 여고생이 멀쩡하고 바닷가에 뛰어든 할아버지가 유령처럼 해변에 기어오르는 등 주인공들은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세명의 감독은 삶과 죽음을 '판타스틱'하게 화면에 잡아낸다. 기상천외하고 번뜩이는 장면이 관객의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말장난만 난무하는 것은 아니다. 춘봉이 "넌 죽는 게 무섭지 않니?"라고 필립에게 묻자 "난 사는 게 더 무섭다"고 대답한다. 삶이 주는 무게는 죽음보다 가볍지 않다고 감독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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