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에너지사고 위험에 대한 착각


대정전의 위험도가 높을까, 원자력발전소 가동의 위험도가 높을까. 이달 19일 신월성 1호기가 원자로 출력을 제어하는 제어봉 고장으로 멈춰서면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이후 가동이 중지된 고리원전 1호기를 재가동했다. 설비용량은 얼마 안되지만 전력 수급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환경단체는 원전사고의 위험도가 높다며 반대하고 있다.

원전 없이도 전력을 풍부하게 조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9ㆍ15 정전사태가 재발되면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위험(risk)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인가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인식·시설 위험도별 처방 달리해야

보통 사람들은 음주ㆍ흡연 등 본인이 조절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도가 매우 낮다고 본다. 반면 무해하다고 인증받은 식품의 화학첨가물처럼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경우의 위험도는 매우 높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자의 위험도가 훨씬 높다. 비행기 사고가 나면 탑승객 대부분이 사망하지만 차량 사고는 그렇지 않으므로 비행기 탑승이 더 위험하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차량 탑승 시 사망 확률이 훨씬 높다.


이처럼 우리가 인식하는 위험 수준에는 착각이 많다. 광우병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게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말하는 위험도 또는 안전도는 보통 어떤 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해 느끼는 '인식 위험도(Risk Perception)'를 말한다. 이는 실제 위험도와는 거리가 있다. 인식 위험도는 사회학적ㆍ심리학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만 실제 위험도는 과학적 접근에 의해 사고ㆍ사망 확률, 경제적 손실 등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실물경기와 체감경기가 다른데 사람들은 체감경기에 따라 경제활동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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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대규모 정전, 원전 고장 등을 막기 위한 에너지 안전대책을 고민할 때는 문제의 성격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즉 정부의 안전대책이 일반인이나 해당 분야 종사자의 인식 위험도 오류를 개선하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 에너지 시설의 위험도를 낮춰 설비의 안전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두 가지를 모두 개선해야 한다. 당장 실제 위험도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과도한 안전 규제 완화에 따른 사고 발생이 대표적 사례다. 이는 실제 위험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에 발생한다. 이런 위험은 기술적ㆍ제도적 보완을 통해 서둘러 안전성 확보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에너지 설비의 잔여수명 관리, 독성가스 안전관리 강화, 탱크로리 안전관리 시스템 등은 실제 위험도를 낮추기 위한 대책에 해당된다.

에너지 공기업 평가 안전 최우선을

더불어 국민의 인식 위험도를 낮추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평가 제도를 개선해 기업경영에 안전을 최우선하도록 한다든지, 국가안전위원회를 도입한다든지, 원전 운영정보를 투명하게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것 등이 그 예다.

최근 정부는 이런 시각을 바탕으로 국내 주요 에너지시설을 점검하고 관련 에너지 안전제도와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에너지 시설의 중대사고를 예방해 안전성 및 사용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첫걸음을 뗀 셈이다. 앞으로도 정부가 인식 위험도를 줄이는 노력과 더불어 실제 위험도에 근거한 정책을 내놓기를 기대해본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에너지 시설 안전대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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