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고통에 대하여

제6보(76~100)


이 바둑을 끝낸 후에 창하오가 한 말이 있다. “바둑의 프로는 고통을 잘 참아내지 않으면 안된다고 봅니다. 사실 강한 상대에게 바둑 한 판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고통이 필수적입니다. 상대방도 승리를 위해 힘을 다하니까요. 언제나 팽팽한 줄다리기이며 숨막히는 접전입니다. 고통을 피하려 하면 반드시 집니다. 고통을 참고 견디며 즐길 줄 아는 요령이랄까 습관이 필요합니다. 팔씨름을 할 때 팔이 아프다고 해서 자기의 팔에서 힘을 빼면 즉시 패하는 것 아닙니까. 바둑이란 것이 원래 즐거운 도락이지만 프로에게는 고통의 지옥이지요. 그런데 왕리청은 그것을 특히 잘 알고 있으며 그 방면의 훈련과 수양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는 그런 것이 부족했던 것 같군요.” 백76은 강력한 맥점이다. 그러나 이미 상변에 흑돌이 놓여있는 터라 이 맥점의 효용은 반감되어 있다. 흑85는 공수의 요처. 백86은 중앙의 흑세를 강화시켜 주게 되므로 내키지 않는 수지만 지금은 백대마의 안정이 시급하므로 어쩔수없이 두고 있다. 한국기원 검토실의 임선근9단은 왕리청의 착점들에 대하여 아낌없는 찬사를 했다. “누구든지 매트에 엎어질 수도 있고 자빠질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상대에게 누르기나 조르기를 당하게 되잖아요. 그런 입장이 된다고 해서 꼭 지는 것은 아닙니다. 요령껏 빠져나오면 되지요. 그런데 왕리청에게 누르기나 조르기를 당하게 되면 거의 모두 못 빠져나옵니다. 참으로 철저하고 끈덕지고 지독한 사람입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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