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모방형 성장은 한계… 개념설계 역량 축적해야

■축적의 시간

서울대 공과대학 지음, 지식노마드 펴냄



지난 2009년 완공된 길이 21㎞의 인천대교는 우리 자체기술로 건설한 최초의 대형 교량이다. 하지만 초기 프로젝트 기획과 시스템 디자인 기술 같은 '개념설계'는 일본(설계)·캐나다(엔지니어링)·영국(투자 및 기술) 회사가 제안했다. 즉 여전히 가장 기본적인 설계부문에서도 중요하고 기술적으로 진보된 아이디어는 외국에서 가지고 온 것이다. 개념설계는 전체 공사비의 10~15%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영역이다.


한국 산업기술의 위기를 진단, 분석하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한 신간 '축적의 시간'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책은 서울대 공대가 2013년부터 '메이드 인 코리아'의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서울대 공대는 우선 반도체·조선·건설·자동차 등 한국 산업을 대표하는 26명의 교수진을 선정하고 이들에게 심층 인터뷰 형식으로 각 분야의 현황과 문제의 원인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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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이 분야에 상관없이 위기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제기한 키워드는 '개념설계' 역량의 부재다. 문제의 속성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창조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교수들은 지금까지의 한국 산업의 성장모델이 선진국이 제시한 개념설계를 빠르게 모방, 개량하면서 생산하는 모방적 실행 전략에 기초해 있다고 본다. 이 과정을 한국과 같이 성공적으로 빠르게 밟아온 나라가 없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지만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진단한다.

문제는 축적된 경험 없이는 개념설계 역량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개념설계 역량의 부재는 겉으로 드러난 결과일 뿐 결국 문제의 원인은 창조적 축적의 경험 부재다. 책의 잠정적인 해답은 사회 전반의 시스템과 문화를 바꿔 기업뿐 아니라 대학·정부 등 사회의 모든 주체가 축적을 지향하도록 변화해 나가는 것이다.

책은 "집중적으로 자원을 동원해 목표를 조기에 초과 달성하는 과거 한국형 성공 방정식은 끝났다"며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시행착오의 과정과 결과를 꼼꼼히 쌓아가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2만8,000원.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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