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미 FTA, 美의회선 내달 법안 처리 한다는데…

"우리도" 말문 연 與野, 결국 "우리는"<br>황우여 "이달 상정하자"… 김진표 "당지도부 반대" 난색

박재완(오른쪽)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5일 국회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논의를 위한 여야정협의체 4차 회의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기자

미국 상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오는 9월 처리방침을 확정했지만 한국 국회는 한미 FTA의 조속한 발효를 바라는 시장의 기대를 또 저버리고 말았다. 5일 황우여 한나라당,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8월 임시국회 논의 쟁점을 놓고 마주 앉았고 전날 미 상원의 '9월 처리 결정' 소식이 혹시 여야 논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었으나 두 대표 사이의 입씨름 속에 그런 기대는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날 회동에서 황 원내대표는 8월 임시국회에서 비준안을 상정하자고 주장했으나 김 원내대표는 한국이 추가 협상에서 미국에 내준 국익을 재재협상으로 되찾자고 맞섰다. 또한 황 원내대표는 미 의회의 처리 절차가 우리보다 간단하므로 8월 임시국회에서 상정하자고 제의했지만 김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의 반대를 들어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여야가 '미 의회가 처리하니 우리도…'라고 입을 떼면서도 전혀 다른 주제로 이야기하는 셈이다. 앞서 이날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는 "미 의회가 한미 FTA 9월 처리를 합의했으니 정부는 더 이상 늦추지 말고 민주당이 제안한 10+2 재재협상을 조속히 추진하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10+2'는 미국과 재재협상을 해야 하는 10개 항목과 국내에서 보완해야 할 2개 항목이다. 재재협상 항목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폐기, 개성공단 역외가공 인정, 쇠고기 일정기간 관세철폐 유예, 의약품 분야의 허가·특허 연계제도 폐지, 역진불가(Ratchet) 조항 폐기 등이다. 또 국회가 통상협상과 보완대책 수립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통상절차법을 제정하고 피해산업에 대한 무역조정지원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한미 FTA 조문은 제품 생산의 60%까지 아웃소싱이 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에 미국이나 한국 수출이 늘어도 (아웃소싱을 담당한) 저개발국의 수출이 늘어난다"면서 재재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재재협상이든, 약식논의든 정부가 판단해 민주당 요구에 최소한이라도 방안을 가져와야 한다"는 상정 논의의 전제조건을 달았다. 그는 특히 "ISD 폐지와 중소기업 보호 장치 마련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상정부터 한 후 민주당의 10+2를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우리도 박차를 가해 (한미) 양국이 서로 어깨를 겨루듯 비슷한 시기에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했고 외통위원장인 남경필 최고위원은 "우리가 (미국보다) 먼저 비준안을 마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8월 국회에서 상임위에 상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독소조항으로 지목한 ISD 폐지는 한나라당 내부에서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FTA협상을 하면 ISD를 하는 게 일반적 관례로 ISD 투자보장을 해주지 않으면 어떤 외국 기업이 뭘 믿고 한국에 투자하겠나"면서 "ISD를 하지 않으려면 상대국에 다른 더 많은 이익을 내주어야 하므로 FTA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여야가 논의를 계속 진행하고 미 의회의 비준이 성사되면 우리 국회도 비준을 마냥 늦추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황 원내대표에게 "미국이 비준하면 야당에도 엄청난 압박이 될 것"이라면서 미 비준 후 여론변화에 맡기자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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