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할인점이나 백화점 점원이 과도하게 인사를 하는 데 대해 소비자의 60% 가량은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수도권 소비자 3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성 감정노동자로부터 허리 깊이 숙인 인사를 받았을 때 느낌’에 관한 질문에 57.7%가 ‘지나친 인사는 불편하다’고 답했다고 29일 밝혔다. ‘대접받는 느낌이라 기쁘다’고 한 응답자는 36.2%로 나타났다.
감정 노동이란 간호사나 전화 상담원, 대형할인점 점원의 업무와 같이 감정 관리를 하면서 일을 해야 하는 노동 유형이다. 여성 감정노동자를 주로 접하는 곳은 마트(75.9%)가 가장 많았고 백화점(10.8%), 전화상담실(6.5%), 패밀리 레스토랑(3.6%) 순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여성 감정노동자의 고충을 안다’고 한 응답자는 81.2%로 다수를 차지했지만, ‘여성 감정노동자에게 화풀이 한 적이 있다’고 한 응답자도 22.3%에 달했다.
한편 인권위는 대형할인점과 음식점, 전화 상담소 종사자 30여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권침해 사례를 파악했다. 조사에 참여한 한 백화점 수입화장품 매장 관리자는 “샘플이 떨어지면 소리를 지르거나 종이를 찢는 등 모욕을 주는 손님들이 있지만 ‘죄송합니다’란 말 외에 다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며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남편에게 말도 못하고 응어리만 쌓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업주를 위한 여성 감정노동자 인권가이드’를 발간하고 녹색소비자연대와 함께 소비자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여성 감정노동자에게 화풀이 한 소비자가 22%라는 사실에서 보듯 이들의 인권 침해는 주변에서 종종 발생하는 일”이라며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인 개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