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기존 항생제로 치료하기 어려운 '다제내성균주'에 따른 사망자가 잇달아 발생해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보건 당국과 전문가들은 다제내성균주가 건강한 일반인의 경우 치명적이지 않은 만큼 막연하게 불안해하기 보다는 병원 내 감염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는 등 차분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앞서 일본의 한 의료기관에서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보인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에 의해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일명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다제내성균에 대한 전세계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다섯 살배기 자녀를 둔 직장인 최영미(37ㆍ가명)씨는 "바로 인접한 일본에서 세균감염에 의한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다는 얘기를 듣고 주말 내 불안했다"며 "지난해 인플루엔자A(H1N1ㆍ신종플루)때처럼 전세계로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항생제 내성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올라 있는 만큼 다제내성균에 의한 문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일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의 병원 내 감염 사례는 국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통상 치료효과가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항생제 3종 이상에 대해 약효가 없을 경우 다제내성균이라 부른다. 항생제에 내성을 갖춘 세균을 치료하는 또 다른 항생제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지만 항생제 개발속도보다 내성균의 진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문제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다제내성균이 더 이상 전파되지 않고 내성 없는 균주가 많아질 수 있도록 항생제 남용을 억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병원 내 감염이 문제가 되는 만큼 병원의 감염관리시스템을 보다 강화해야 하며 정부의 지원도 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 교수는 "다제내성균에 감염되더라도 다른 계열의 항생제를 쓰면 되는 만큼 건강한 사람의 경우 크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병원 내 입원환자와 기저질환자의 경우 면역력 등이 떨어져 있어 감염시 치명적일 수 있는 만큼 병원 실내 감염관리 전문가를 확충하거나 감염관리 시스템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우수의료기관 평가시 병원 내 감염관리분야의 중요도를 늘리는 것도 감염관리시스템 강화를 위해 고려해볼 필요가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국내 병원의 참여가 늘고 있는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ㆍ미국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인증의 경우에서도 병원 내 감염관리 실태가 가장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