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이 시작되면서 매번 그랬듯이 개헌 논의가 또다시 일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위 '분권(分權)형 대통령제'는 도입 불가하다. 왜냐하면 이것이 두 가지 그릇된 믿음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소위 '내치(內治)'와 '외치(外治)'가 분리 가능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분산시키는 최선의 방법이 '대통령의 집행권 일부를 총리에게 떼어주기'라는 것이다.
정말 그런지 살펴보자. 먼저 현대 사회에서 내치와 외치의 분리가 실제로 가능할까.
19세기라면 몰라도 21세기의 정치ㆍ경제 현실에서는 적용될 수 없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정책으로 국내 산업이 직접 영향을 받는 경우 이 문제는 외교통상 등 외치를 다루는 대통령이 풀어야 하나, 아니면 농업 및 중소기업 정책 등 내치를 다루는 총리가 풀어야 하나.
국내 문제도 외교 문제도 아닌 대북정책에서 대통령과 총리의 의견이 충돌할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외에도 양자 간의 권한과 책임이 부딪치며 혼란을 일으킬 사례들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분권형 대통령제'의 사례로 흔히 프랑스를 든다. 프랑스의 정부 형태는 대통령 배출 정당과 의회 다수당이 같으면 사실상의 대통령 중심제로, 양자가 다르면 사사건건 대립하기 쉬운 '동거정부(同居政府)'로 운영되기 때문에 내재적 불안정성을 안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에 와서 꼭 그 길을 택해야 하나.
더욱이 지금처럼 '나눠먹기' 정치문화가 만연한 상태에서 총리가 이끄는 내각제식 운영을 도입하면 총리 선출 과정에서의 자리 약속의 결과로 국회의원 경력관리용 장관이 무수히 양산될 것이다.
결국 행정수반인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줄이려면 1차로 중앙정부의 권한과 예산을 지방정부로 적지 않게 넘기고 2차로 중앙정부 내에서도 행정부에 집중돼 있는 권한 일부를 입법부로 넘기면 된다. 그런데 현재는 헌법에서 나름대로 보장한 소위 책임총리제도조차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돌이켜보면 외교안보 관련 부처(외치)만 서울에 남고 총리실을 포함한 나머지 부처(내치)는 세종시로 이전하는 세종시 원안, 즉 중앙부처의 '입지 분할'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였던 주체가 그보다 국정 마비 초래 가능성이 훨씬 높을 중앙부처의 '기능 분할'을 핵심으로 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들고 나온다면 그것은 이미 스스로 논리적 모순에 부딪히며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일관성은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