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증시가 흔들리자 기업공개(IPO)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연내 상장을 포기했고 다른 기업들도 증시 주변여건이 나빠지자 상장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1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4일 상장 주관회사인 우리투자증권에 IPO 철회를 요청했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유럽 재정위기 확산과 국내외 경기침체로 증시가 하락하는 등 제반여건이 불투명하다는 판단에서 IPO 계획을 일단 백지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유럽 위기 외에 이란산 석유수입 금지조치에 따른 부정적 영향과 최근 유가하락으로 인한 정제마진 하락 등 잇단 악재로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앞으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는 시기를 선택해 IPO를 다시 추진한다는 복안을 세웠지만 글로벌 위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아 언제 상장작업이 재개될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정은 올 하반기를 목표로 IPO에 나섰던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상장준비를 거의 마친 것으로 알려진 미래에셋생명은 상장을 강행하기보다 연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으며 연내 상장을 추진했던 교보생명도 내년 이후로 미룰 가능성이 커졌다. 또 카페베네는 최근 경기부진으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업계에서 "올해 상장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강만수 회장이 강한 의욕을 보이는 산은지주의 IPO도 국회에 발목이 잡혀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산은지주가 IPO를 하려면 자회사인 산업은행의 해외 발행채권에 대해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야 하지만 국회 동의절차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증시가 크게 흔들림에 따라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기업들이 상장을 늦추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IPO 담당자는 "글로벌 위기가 증폭되면서 올 들어 IPO 건수가 고작 9건에 그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하반기에도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어 올해 IPO시장은 최악의 침체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