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창업열기와 맞물려 부쩍 높아진 엔젤투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실제 투자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세제혜택을 비롯해 회수시장 활성화, 투자 전용시장 정착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지난 2000년대 초 전문성 없는 '묻지마 투자'로 몸집은 커졌지만 이후 벤처버블 붕괴로 기업과 투자자 양쪽에 피해만 남겼던 과거의 잘못된 투자관행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투자의 질을 높이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제도적 지원책 절실=엔젤투자 대상은 일반적으로 기업의 생존확률이 가장 낮은 업력 3년 이내의 초기 기업들이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이 같은 엔젤투자의 고위험성을 인정하고 투자유인을 위한 다양한 보완책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세제혜택으로 우리의 경우 5년간 해당 기업의 지분을 보유한다는 조건으로 엔젤투자 금액의 20%를 종합소득 금액에서 빼주는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유인책으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정화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엔젤투자 비과세 혜택은 과거 30%였다가 2003년 10%로 축소된 후 지난해 겨우 20%로 늘어난 상태"라며 "고위험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이전의 30% 수준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기업 지분의 의무보유 기간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창업투자회사의 경우 의무보유 규정이 없지만 개인 엔젤투자자에게는 치고 빠지는 식의 단기투자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5년간의 보유기간이 강제된다. 한 교수는 "의무보유 기간을 3년으로 줄여 투자자가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더 많은 자금회수(exit) 기회를 얻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수시장 활성화해야=취약한 회수시장 때문에 투자를 해도 수익을 얻기 어려운 현실 또한 엔젤투자 활성화를 위해 꼭 해결돼야 할 문제다. 활발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성공적으로 투자를 회수하는 미국과 달리 국내는 아직까지 기업공개(IPO)만이 거의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벤처투자시장의 자금회수 유형 가운데 M&A는 1.5%에 그친 반면 IPO는 10배가 넘는 18.1%로 나타났다. 국내 벤처기업이 평균 업력 12년째에 IPO에 성공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회수기간은 길어지고 회수확률은 낮아지는 셈이다.
특히 최근 티켓몬스터와 엔써즈 등 대표적인 엔젤투자 성공사례가 M&A에 따른 결과인 만큼 M&A 활성화는 회수시장 육성의 필수조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은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다른 회사의 가치를 인정하고 M&A하는 문화가 부족하다"며 "대기업이 문어발식 사업확장에서 벗어나 해당 사업을 하는 전문적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엔젤투자자가 보유지분을 벤처캐피털에 쉽게 팔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도 요구된다. 배인탁 서울대·KAIST 객원교수는 "창업지원육성법상 창투사의 창업투자는 기업의 신주인수만 인정돼 엔젤이 가진 구주인수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엔젤의 구주를 인수하는 벤처캐피털에 가산점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이를 장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3시장' 정착 노력 필요=회수시장 확대를 위해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만을 위한 전용 투자시장 개설에 대해 업계의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다만 코스닥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자처하며 출범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프리보드'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려면 시장을 초기에 안정시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나도진 벤처기업연구원은 "새로운 시장이 성공하려면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기업풀(pool)을 갖추는 것이 필수"라며 "코스닥 출범 초기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등 유명 벤처계 인사가 견실한 기업들의 상장을 유도해 시장 활성화를 이끌었던 선례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등록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필수다. 나 위원은 "시장을 거치는 기업에 대해 향후 코스닥 상장요건을 완화해주거나 주식 의무보호예수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유인책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묻지마 투자'는 그만=현재 업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엔젤투자자들은 최근 엔젤투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단지 '고수익'에만 맞춰지는 것을 우려한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는 "엔젤투자의 하이리턴(high return)이라는 측면만 보는 투자자가 늘어난다면 2000년대 초 벤처버블의 후유증을 또다시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 회장도 "엔젤투자는 짧으면 6년, 길게는 10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장기전"이라며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석흔 본엔젤스 이사는 "엔젤투자가 먼저 창업한 선배들이 투자와 멘토링을 제공하는 개념으로 정착돼야지 단순한 재테크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수익'보다는 '후배 기업의 성공을 위한 투자'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선배 벤처인들이 엔젤투자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한 교수는 "투자와 양육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인물이 엔젤이 돼야 한다"며 "특히 엔젤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벤처1세대들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