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인수위, 대선 공약 검증의 장 돼야

박근혜 정부의 원활한 출범과 정책 밑그림을 그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6일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인수위원 대부분이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이나 대선 공약을 총괄한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멤버다. 야당의 자질 시비가 없지 않지만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무난한 인선으로 평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역할이다. 박 당선인이 구상하는 국민 행복과 '다시 잘살아보세'가 현실로 나타나려면 인수위원들은 공약의 검증과 우선순위를 짜는 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대선 공약 중에는 취지는 좋지만 야당과 경쟁을 의식해 형평성, 예산 낭비, 재원 조달의 지속 가능성 등에 문제가 예상되는 공약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0~5세 영유아 보육료ㆍ양육수당 전계층 지원, 4대 중증질환(암ㆍ심장ㆍ뇌혈관ㆍ희귀난치성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기초연금 지급, 가계부채 경감을 위한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 조성 등이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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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적용대상이 아닌 선택진료비(특진비)와 약품ㆍ검사비를 국가 재정에서 부담하는 방안은 형평성 시비를 야기하고 퍼주기식 복지가 되기 십상이다. 까다로운 건보 적용기준 때문에 '무늬만 100% 국가ㆍ건보 부담'이 되거나 재정부담이 예상치(2017년 2조1,000억원)를 훨씬 웃돌아 세금ㆍ건보료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월 9만7,000원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을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주는 기초연금으로 전환하면 첫해에만 연간 9조원가량이 더 든다.

그래서 재원 중 상당 부분을 세금이 아닌 건강보험ㆍ국민연금에 떠넘길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공약은 대국민 사기극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짙어진다.

인수위의 임무는 막중하다. 정부부처의 어느 공무원이 예산부담을 우려해 공약의 과감한 포기를 건의할 수 있을까. 국회마저 제 몫 챙기기에 급급한 이때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기구는 인수위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기해야 할 공약을 정하는 힘도 인수위 외에는 없다. 박근혜 정부가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인수위 활동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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