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쌈지길은 인사동의 길이라는 느낌을 살려, 완만한 경사를 따라 건물 2층에서 옥상까지 연결되며 건물 내부와 외부를 모두 호흡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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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지길의 대지는 지구단위 계획에 특별설계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설계를 할 때 중정의 크기, 건물의 높이, 전면 도로변의 건물 높이 등을 고려해 4~8평 정도의 작은 가게들과 갤러리, 식당 및 찻집으로 구성해야 했다.
처음 설계 단계부터 인사동 길에 접한 가장 큰 건물이 지어진다는 부담감과 상업 건물이 문화적으로 어떻게 활성화 될 수 있느냐의 문제도 고려 대상이었다.
인사동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길로 여기에 건물을 만드는 것보다 길을 연장하자는 생각이 쌈지길을 만들어냈다.
전면의 길은 중정을 통해 2층 마당으로 연결되고, 여기서부터 옥상에 이르기까지 약 1/25 정도의 완만한 경사가 이어진다. 가게를 보고, 중정을 보고, 또 밖으로 나가 인사동 길을 보면서 산책하는 것이다. 쌈지길은 수평적인 인사동 길을 수직적으로 연장해 물건과 소통하며 결국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게 한다. 이로써 건물을 길로 인식하게 해 크기의 문제를 완화시킨다. 분명 커다란 건물인데도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 건축을 건물이 아닌 길로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다는 확신을 들게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인사동에 맞는 건물이어야 된다는 의견이었다. 주변과의 조화를 위해 인사동을 다니며 거의 모든 건물의 내외부 재료를 파악해 사용 가능한 재료 목록을 만들었다. 걸러진 재료는 거의 자연 재료나 재료 고유의 색을 가진 것으로 한정해 인테리어에 사용됐다. 주 재료 가운데 하나로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부담은 있었지만 두드러지지 않고 건물 배경으로 중성적인 느낌이 들게 했다.
대지의 북측과 서측은 대지의 모양과 북측 선큰에 빛을 공급하고자 휘어진 커다란 벽돌 벽으로 만들어졌는데, 북쪽의 한옥 지붕의 수직적 연장으로도 생각했다. 거의 개구부가 없는 것은 쌈지길의 내향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변의 민원도 중요한 원인이 됐다. 쌈지길은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걸으며 경험해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