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대가 랠프 웬저는 "매년 한두 번은 '인도의 재해'라는 뉴스를 듣습니다. 해마다 계절풍이 불고 홍수가 나 순식간에 수천채의 가옥이 사라져버립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계절풍이 불었다는 사실뿐입니다. 진짜 뉴스가 돼야 할 것은 계절풍이 불지 않았을 때입니다. 다시 말해 '인도의 대재해, 수천명의 수재민 발생'이라는 뉴스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것은 비가 제대로 오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대두(大豆) 선물에 투자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이런 일이 커피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커피 원두 가격이 24개월 이래 최고치로 급등했다. 커피 생산량의 37%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에 큰 가뭄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급 커피인 아라비카의 전 세계 생산량의 46%를 차지하는 브라질이 1972년 이후 기온이 가장 높게 올라 가뭄이 들면서 커피 작황이 크게 나빠졌다. 거기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믹스 커피의 재료인 로부스타의 최대 생산국인 베트남마저 가뭄에 들었다.
커피는 석유 다음으로 교역량이 많은 상품으로 세계적으로 커피산업 종사자만 2,000만명에 이른다.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지역은 북유럽으로 특히 핀란드는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12.8㎏에 이른다. 그러나 절대량으로 따지면 단연 미국이 최고다. 연간 120만톤을 소비해 전 세계 소비량의 3분의1을 차지한다. 세계 남자의 하루 평균 커피 소비량은 1.7잔으로 여자(1.5잔)보다 조금 많으며 설탕과 크림을 넘어 마시는 소위 다방커피가 63% 정도이고 블랙커피가 37% 정도 된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도 지난해 1인당 484잔을 마셔 하루 커피 소비량이 1.3잔으로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늘었다. 2007년 커피 시장이 1조5,000억원 수준이었는데 2012년에는 4조1,000억원대로 무려 2.6배나 증가해 한국인의 커피 사랑도 과거에 비해 매우 커졌다.
가뭄 등의 영향으로 1월 이후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이 80% 이상 오르면서 원자재 관련 상품 중 최고의 급등세를 보였다. 다우존스-UBS 커피지수를 추종하는 ETF(JO.US)는 작황이 좋았던 2011년 이후 33개월 동안 81달러에서 20달러 수준으로 무려 75%나 하락했으나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41달러까지 상승하는 등 두 달 만에 2배나 가격이 상승했다.
커피뿐 아니라 대부분의 농산물 등이 최근 남미 이상기후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2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208.1로 넉 달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밀 ETF(WEAT.US)는 1월 말 이후 19% 상승했고 옥수수 ETF(CORN.US)는 16%, 설탕 ETF(SGG.US)는 24%나 뛰었다.
몰론 이런 흐름이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곡물이 작황이 좋아 공급 과잉의 몸살을 앓았던 2011년 이후 최저 수준에서 이제 상승세를 돌아섰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선두에 커피가 있다. 고종황제가 아관파천 때 처음 마셨다는 커피, 이미 한국 사람도 하루 평균 1잔 이상 마신다는 커피, 그 커피를 마시지만 말고 투자했다면 어떻게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