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재계 하반기 경영전략 고심] "수익성 만회" 허리띠 졸라매자니 고용·투자 줄어 '딜레마'

상장사 1분기이어 2분기도 실적악화 우려

삼성·현대차 등 원고 감안해 탄력 대응

정부 적극적 환율 방어로 리스크 줄여야

현대자동차의 울산항 선적 부두에서 해외로 수출되는 차량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원화강세가 지속되면서 자동차 업계를 비롯한 국내 수출기업들은 올 하반기 경영환경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경제DB


삼성은 지난해부터 그룹 차원의 공식적인 투자계획을 외부에 발표하지 않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지난 2009년 한 차례 투자계획 발표를 거른 것을 빼고는 매년 투자 및 고용계획을 공개해왔던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지난해 보도자료를 통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던 LG그룹도 올해는 별도의 공식적인 투자ㆍ고용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지난해부터 투자계획 발표를 중단했다. SK와 한화 등 다른 10대 그룹들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새해만 되면 앞다퉈 연간 투자계획을 발표하던 대기업들이 잔뜩 몸을 움츠리게 된 것은 지금의 험난한 경영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우선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섣불리 투자계획을 확정해 외부에 공표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아울러 당초 발표한 투자계획을 이행하지 못했을 경우에 대한 부담감도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내수침체의 장기화와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저하로 주요 대기업들마저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면서 하반기 경영전략 수립을 앞둔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빨간불 켜진 수익성 지표=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구상하고 있는 올 하반기 경영전략의 공통된 키워드를 하나로 꼽자면 '수익성 강화'로 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내수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계속되는 원화강세로 수출경쟁력까지 떨어지면서 기업들의 수익성 지표에도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국내 20대 대기업 집단의 상장사 119곳을 대상으로 올해 1·4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53%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22%와 1.96% 감소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코스피시장 12월 결산법인의 올 1·4분기 실적 역시 지난해보다 매출은 1.1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48% 줄어들었다. 매출이 늘어난 대신 영업이익은 줄면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5.78%에서 5.63%로 떨어졌다. 결국 기업들이 돈은 더 벌었지만 실제 남기는 돈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올 하반기 경제 상황도 결코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수출기업의 발목을 잡는 원화강세 흐름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당장 재계는 비상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2% 넘게 하락할 경우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연간 순이익은 2조~3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반기 사업전략 다시 짜는 기업들=이처럼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기존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성 회복에 나서려는 기업들도 점차 늘고 있다. 주원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원화강세가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 등 신흥국의 성장둔화 조짐마저 보이는 만큼 기업들도 판매 및 생산전략을 새로 짜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포스코는 지난달 19일 경영설명회를 열고 올해 연간 투자금액(연결기준)을 기존 6조7,000억원에서 5조6,000억원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위험성이 높은 신규사업에 손대기보다는 철강기업 본원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그룹도 불안정한 환율로 글로벌 경제여건이 급변하면서 기존 사업계획에 대한 수정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아차가 추진 중인 멕시코공장 신설이다. 현재 북미에서 운영 중인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차 조지아공장은 최근 수년간 추가 증설이 이뤄지지 않아 생산능력을 초과해 가동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해외공장 증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어왔다. 그러나 최근 엔저 현상과 원화강세가 맞물리면서 해외 생산기지 확충을 통한 원가절감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다음달 정몽구 회장 주재 아래 열리는 해외 법인장 회의에서 멕시코공장 신설을 포함한 해외시장 전략을 재점검할 예정이다.

오는 25일부터 3일간 글로벌 전략협의회를 진행하는 삼성전자도 영업이익의 휴대폰 쏠림 현상에 대한 해법을 포함한 수익성 강화 방안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 1·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31% 감소하며 실적둔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 밖에 LG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등도 이달과 다음달에 걸쳐 전사적인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해법 찾기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 적극적인 환율방어와 규제혁파에 나서야=하지만 각 기업들마다 수익성 강화에 나설 경우 대대적인 비용절감을 통한 허리띠 졸라매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국 이러한 긴축경영은 투자위축과 고용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30대 그룹의 174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1·4분기 투자는 20조5,1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을 제외한 총 투자액은 오히려 4% 감소하며 뒷걸음쳤다.

이처럼 기업 경영환경에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원화강세와 위안화 절하 등 환율 리스크가 상존하면 국내 기업들은 원가절감을 위해 일본처럼 해외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산업 공동화와 고용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환율방어와 규제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옥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도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내수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국 소비와 투자가 늘어야 하는데 소비는 세월호 사고 여파로 아직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 기업들의 투자여력까지 줄어들면서 총체적인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기업들의 투자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당초 방침대로 규제혁파에 조속히 나서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