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선심성 복지공약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법을 누더기 수준으로 만든 가운데 무원칙한 증세경쟁에 일침을 가하는 세계적 석학의 제언이 나왔다.
제이콥 해커 예일대 정치학 교수는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세제가 사회 전체의 공동희생 원칙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며 "과세의 공정성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부유층이 부담하는 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불합리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지적한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부유층의 세율부담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의 공정 과세 원칙을 적용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여야가 밀어붙인 부자증세론에는 되레 쓴소리가 되는 셈이다.
헤커 교수는 "세금이 사회평등을 확산시키는 장치가 돼서는 안 된다"며 "사회평등은 (과세가 아니라) 시장 효율화를 통한 소득 분배를 통해 이뤄져야 하고 (세수는 그것이 투입됐을 때)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는 곳에 투자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세의 또 다른 원칙으로 "세법이 단순하고 (민간의) 투자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꼽으며 누더기 세법 개정을 경계했다.
헤커 교수는 고용문제에 봉착한 우리나라가 단기적으로는 지식서비스 산업과 보육 및 교육 서비스 부문에서 많을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은 사회기반시설(SOC)에 대한 투자가 미흡해 해당 인프라 건설에 대한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증가시킬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SOC 투자가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비전통적인 서비스업 분야에서 경제 활력의 숨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고학력 청년들의 실업에 대한 장기적 해법으로는 "지금의 구조를 보면 고등학생들이 구직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반면 대학을 졸업하면 과잉기술과 과잉 정보, 그리고 (학비 등으로 인한) 빚을 떠안게 된다"며 "고등학교와 대학 사이의 중간지점을 채워줄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미국의 경우 이를 위한 중간교육 지점으로 직능ㆍ직업교육기관이나 전문대 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