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빈은 16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산키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소치 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에서 1∼4차 레이스 합계 3분49초57의 기록으로 한국 썰매 사상 최고 성적인 16위에 올랐다. 종전 스켈레톤에서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강광배 현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이 기록한 20위가 가장 높았고 썰매 종목 전체에서는 2010년 밴쿠버 대회 봅슬레이 남자 4인승의 19위가 최고 순위였다.
특히 선수 경력이 1년 반밖에 되지 않은 윤성빈이 보여준 무한한 잠재력이 4년 뒤 평창에서의 상위권 진입 기대감을 부풀렸다. 이번 대회에서 내심 기대했던 15위 또는 10위 이내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2차 레이스 때는 전체 9위 기록을 내기도 했다.
윤성빈의 최대 강점은 순발력이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4초65∼4초72의 스타트 기록을 작성했는데 출발 기록만 보면 4초65보다 빨랐던 선수는 4명밖에 없었다. 스타트가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썰매 종목 특성상 윤성빈은 세계 정상급 선수로서 기본 자질은 갖춘 셈이다.
썰매 경력이 2년도 되지 않은 그의 스타트에다 앞으로 경험을 통해 가속도를 유지할 조종 능력과 안정감을 높인다면 4년 뒤 그의 성적은 상상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내년 겨울 평창 슬라이딩센터의 트랙 부분이 완성된다는 점은 윤성빈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조종술은 물론 트랙을 완벽하게 익힐 수 있다는 홈 어드밴티지까지 누릴 수 있다.
윤성빈의 만족을 모르는 기질도 마음 든든한 부분이다. 한국 썰매 최고 성적을 냈지만 그는 "좋은 경험으로 남을 것 같다"면서도 "금메달을 따지 않는 한 어떤 선수도 만족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더 성장하겠다는 각오부터 드러냈다. "마지막 4차 레이스를 마치고 나니 '오래 기다렸는데 한 번 더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아쉬움을 표현한 그는 "앞으로 4년 동안 더 빠르게 성장해 평창에서는 꼭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윤성빈은 신발 뒤축 부분에 '보고 있나?'라는 문구를 쓰고 경기에 나섰다. 그는 "가족과 친구들을 향해 써놓은 것"이라며 쑥스러워했다. 국민들은 4년 뒤 세계를 놀라게 할 주인공을 보고 있느냐는 도전장으로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