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2기가 개각문제로 혼선을 겪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와 여당인 열린우리당과의 관계가 초기부터 적지 않은 불협화음을 빚고 있다. 또 당 내부에서도 불협화음이 이는 등 여권이 전반적으로 매끄럽지 못한 시스템 작동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고집하고 있는 ‘김혁규 총리카드’에 대해 우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가 하면 당의 요청이 잇따라 묵살되는 등 삐걱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내달로 늦춰진 개각이 양측에 문제의 불씨를 던져놓았다. 김혁규 전 경남지사의 총리 기용에 대해 현재 우리당 내에서도 5명 정도의 의원이 개혁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어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김 전지사 이외의 대안을 찾을만한 단계가 아니다”라면서도 “무엇보다 대통령을 도와줘야 할 여당에서 반대의견을 내놓는 점은 다소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 일각에서는 ‘김혁규 총리론’에 대해 야당만 거부 목소리를 높일 뿐 정작 우리당에서는 이를 뒤집을만한 여론몰이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섭섭하다는 반응인 셈이다.
김혁규 총리후보문제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지역간 이해관계 다툼과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일 전현직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영남 배려’를 주문한 것도 당내에선 논란을 빚고 있다.
호남색채가 짙은 당 지도부에 대한 견제구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호남그룹 등 일부에선 오히려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며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통일부장관 자리를 놓고 정동영 전 의장측과 김근태 전 원내대표측이 외부에 ‘감투싸움’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엄연히 인사권자는 대통령인데도 불구하고 저마다 자신이 적임이라며 목소리를 높인 점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 새로 출범한 우리당 지도부의 요청이 청와대로부터 잇달아 묵살된 점도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신기남 당의장은 지난 20일 청와대 만찬에서 긴밀한 협조채널 구축을 위해 주례회동을 제안했지만 노 대통령은 “과거처럼 내가 총재가 아니어서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당에서는 주례 회동을 통해 당의 위상을 끌어올리고 실질적인 집권여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춘다는 차원에서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사소하긴 하지만 당에서 계획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자 워크숍 참석이 결국 청와대 만찬으로 바뀐 것도 모양새를 구긴 셈이 됐다. 우리당 내에서는 총선 직후부터 대통령을 당 워크숍에 참석시켜 특강을 듣는 안이 추진됐지만 청와대측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결국 29일 청와대에서 모이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와 당의 관계가 부분적으로 매끄럽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당정분리라는 원칙에서 빚어질 수 있는 사소한 시행착오일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어쨌든 29일 청와대 만찬은 갈수록 꼬여만 가는 청와대와 우리당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정상범기자 ssang@sed.co.kr
구동본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