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난기류에 휩싸인 한국경제] <하> 경제연구원장 경기진단·제언

"美·유럽 등 대외불안 장기화 예상… 신흥국 수출 더 힘 쏟아야" <BR>물가, 내달 이후엔 하향 안정 가능성 높아 금리인상 등 신중을<BR>유통구조 개선하고 업계 경쟁 유도 등 미시적 물가 대책 필요<BR>복지 늘리기보다 신성장 동력 육성 등 일자리 마련 주력을


[난기류에 휩싸인 한국경제] 경제연구원장 경기진단·제언 "대외불안 장기화 예상…복지 늘리기보다 일자리 마련 주력을"물가, 내달 이후엔 하향 안정 가능성 높아 금리인상 등 신중을유통구조 개선하고 업계 경쟁 유도 등 미시적 물가 대책 필요복지 늘리기보다 신성장 동력 육성 등 일자리 마련 주력을 황정원기자 garden@sed.co.kr 이승현기자 pimple@sed.co.kr 미국 경기둔화와 유럽 재정위기로 한국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제조업 경기는 뒷걸음질 치고 무역수지 흑자도 크게 줄었다. 당초 예상보다 성장률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와중에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을 앞지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른바 '저성장ㆍ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4일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송병준 산업연구원(KIET) 원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하성근 한국경제학회 회장(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등 4인의 경제 전문가들로부터 현재 경기진단 및 정책제언을 들어봤다. 이들 전문가는 대외경제 불안은 다소 장기화되고 오는 10월 이후에는 물가가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금리인상 등 거시정책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보였고 유통구조 개선과 같은 미시적인 물가안정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불확실성을 해소해 투자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신성장동력 및 일자리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외 불안 장기화. 신흥국 수출에 힘 쏟아야 미국의 지난달 순 신규고용이 66년 만에 제로(0)를 기록했고 소비와 투자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유럽의 만성적 재정적자와 유로 단일통화 시스템의 취약성도 단기간에 풀기 쉬운 문제가 아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유로 대외환경 불안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 회장은 "세계경제를 이끄는 국가들이 흔들리고 있어 롤러코스터와 같은 불안한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며 "급부상한 중국도 아직 견고한 리더는 아니고 브라질 등 신흥 국가들의 성장률이 높지만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원장도 "대형 조선사들이 중소형 배를 수주한다는 것은 경기가 불투명하다는 불안감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미국의 경기부양책과 유럽의 정책공조를 지켜봐야겠지만 단기간 내에 해결조짐이 보이지 않아 불안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외경제 불안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과 유럽 수출에서 경계해야 할 시그널이 하나 둘씩 포착되고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신흥국 수출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 회장은 "신흥시장은 상대적으로 역동성이 있어 지금 실기하면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라며 "위기가 새로운 기회라는 생각으로 중동ㆍ아프리카 등 대외 성장기반 확대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송 원장은 "지난달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미 업계가 회복하는 경향을 보인 것은 경기가 크게 악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온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성장과 물가의 딜레마, 금리정책 신중론 우리 정부는 4.5% 성장과 4% 이내 물가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5%를 돌파한 소비자물가지수나 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광공업지수 등의 경기지표들을 보면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내수가 생각보다 좋지 않고 투자와 건설이 특히 부진하다"며 "성장률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회복세가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 원장도 "고용회복에 따른 소득증가로 소비가 회복될 것으로 봤는데 실제로 보면 아직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목표치 수정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 대세를 이뤘다. 하 회장은 "목표 달성은 어려워진 듯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수정을 하기보다 물가안정 등에서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성장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하반기에도 여전히 물가를 우선 순위에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8월 5.3%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앞으로 공급요인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송 원장은 "경기 침체로 원자재 가격 영향은 높지 않을 텐데 농수산물이나 공공요금 여파가 남아 있다"면서 "간간이 유럽발 충격이 오면 환율을 절하시켜 물가를 밀어올리는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 원장은 "유가 흐름을 보면 10월 이후 물가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제하면서 "아직도 돈이 많이 풀려 있어 수요 측 요인이 잠복해 있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금리인상이나 재정투입과 같은 거시정책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김 원장은 "물가가 급하다고 해서 금리를 올리거나 환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손쉬운 거시정책이지만 자칫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 회장도 "다른 나라는 금리를 낮추는데 우리만 올리면 외국자본이 부담스럽게 많이 들어오고 가계부채 등 구조적인 금융부실을 낳을 수 있다"며 "금리카드는 아주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원장은 "타이밍은 한국은행이 결정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금리는 정상화될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은 물가에 최우선을 둬야 할 때"라고 한국은행의 정책 실기를 꼬집었다. ▦미시정책 본격 가동, 신성장동력 확충 및 일자리 마련 물가안정을 위한 방법으로는 미시적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김 원장은 "농수산물 가격 급등이 안정되면 전체 물가는 4% 중반으로 내려올 것"이라며 "근원물가지수를 잡기 위해서는 유통구조 개선과 업계 간 경쟁 유도 등 미시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높다"고 주장했다. 하 회장은 "단기적으로 물가안정을 위해 유동성을 적극 관리하는 방법이 있다"며 "은행의 과다차입을 규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한편으로는 빠르게 하락하는 성장잠재력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신성장동력 확충 및 일자리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재정투입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복지지출을 늘리기보다 양질의 일자리 마련에 주력하고 위기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원장은 "복지는 한번 돈을 풀면 계속 지출이 늘어나는 특성이 있어 정부가 재정계획을 짤 때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면서 "복지지출을 늘리기보다는 과학기술, 사회간접자본(SOC)처럼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동차ㆍ조선ㆍ전자 등의 제조업 경쟁력은 계속 유지하되 의료ㆍ바이오나 문화ㆍ콘텐츠와 같이 취약한 서비스산업도 키워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대외적인 불확실성을 제거해 기업들의 투자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쏟아져나왔다. 김 원장은 "기업들은 경제 환경을 살펴가며 투자활동을 하는데 현금이 있어도 쌓아만 놓고 있고 내년 투자 전망도 밝지 않다"고 설명했다. 송 원장도 "과거에는 선진국 기업들이 개발한 상품을 따라가도 됐지만 이제는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노동시장 문제로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다"고 동조했다. 글로벌 금융 쇼크 장기화… 한국경제 수렁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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