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메모습관 덕분에 책 80권 낼 수 있었죠."

40만권 팔린 '비타민 동화' 작가 박성철씨<br>"책 많이 읽어 간접경험 넓혔으면"


"고2 때까지 야구만 하다 진로를 바꿔 교육대에 입학했지만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지적 공백에 시달렸죠. 하지만 이를 악 물고 독서와와 글쓰기에 파묻혀 살다보니 40만권 이상 팔린 '비타민 동화' 등 15년간 80권 이상의 책을 출간한 작가 교사가 됐네요." 서울 은평구립도서관에서 '내 아이 리더십 키우기' 강의를 마치고 나온 박성철(39ㆍ사진) 부산 동래초등학교 교사는 방학 때가 평소보다 더 바쁘다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박 교사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야구를 시작해 부산의 야구 명문 경남상업고 2학년 때까지 포수로 운동만 했다. 하지만 키가 크지 않아 프로야구 선수로 대성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대학 진학을 결심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부모님이 만류했지만 고3이 돼서 공부를 시작한 그는 2년만에 부산교육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중ㆍ고등학생 때 운동만 하느라 공부를 안한데다 전과목을 공부해야 하는 교대 수업을 따라가기가 무척 어려웠다. 교육대생의 몸값이 높았던 터라 친구들이 과외를 하며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시절이었지만 22세였던 그는 틈 나는대로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웠지만 10년 뒤의 모습을 떠올리며 '글쓰기를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되자'는 목표와 '잘 가르치려면 내가 먼저 글을 써봐야 한다. 30세 이전에 책을 쓴다'는 계획을 세웠다. 방학 때는 일주일에 20권 이상 읽을 정도로 책에 파묻힌 그는 좋은 글귀는 공책에 적어 내려갔다. 독서노트는 시간과 비례해 늘어났고 첫 출간 계획을 무려 8년이나 앞당겨 24세에 감성 에세이'사랑에 대한 177가지 사색'을 출간했다. 저자로서의 계획도 '40세까지 10권의 책을 쓴다'로 수정했다. 이후 동화ㆍ에세이 등을 잇따라 쓰기 시작해 40만권 이상 팔린 '비타민 동화'에 이어 17만부가 나간 '천재를 뛰어넘은 연습벌레들' 등 15년간 80권 이상을 출간, 출판계가 주목하는 작가로 발돋움했다. 베스트셀러급 책 두 권의 인세만 어림잡아 5억7,000만원에 이른다. 삼성출판사는 2년 전 어린이 감성동화 '곧은 아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그를 대표작가로 내세웠다. 다작의 비결을 묻자 그는 "대학 때부터 쓰기 시작해 30권이 넘게 쌓인 독서 노트가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사회 이슈에 관심을 놓치지 않고 기록한 메모 습관이 책을 기획하는 힘"이라고 답했다. 학교에서도 독서를 강조하는 박 교사는 "부모 세대와 달리 요즘 아이들은 사회적 양극화로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지나친 사교육 팽창과 공교육의 질적 저하 등으로 경제적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은 소질과 적성을 키우기 쉽지 않다. 비용이 들어가는 체험학습 등 직접 경험이 어려운 아이들은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넓히고 꿈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최근 아이들의 국어 성적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많은데 영어ㆍ수학 중심으로 교육에 집중하면서 책 읽는 시간을 줄인 점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책 읽기를 통해 독해는 물론 글에 담긴 의미까지 분석해내는 종합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공부 잘 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책을 많이 읽도록 해야 한다"며 성장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책임있는 작가가 되자'고 계획을 다시 수정한 박 교사는 "목표는 원대하고 변하지 말아야 하지만 계획은 계속 수정해야 한다. 강연회에서 내 책을 읽고 감동하는 학부모와 아이들을 보면서 단어 하나 선택할 때도 신중해진다. 사회적 책임의식이 있는 교사, 그리고 작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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