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일 인기 휴대폰 디자인 왜 차이 날까

■ 호모 데지그난스, 세상을 디자인하라 (지상현 지음, 프레시안북 펴냄)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인간 존재를 규정하는 말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인류 역사를 뒤돌아 보면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인간)에서 호모 루덴스(유희하는 인간), 호모 파베르(기계적 인간), 호모 모밴스(움직이는 인간) 등 숱한 신조어가 만들어져 왔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 더 보태야 할 것 같다. 라틴어로 디자인하는 인간이란 뜻의 '호모 데지그난스(Homo designans)'란 말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홍익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저자는 "현대 사회의 인류는 디자인을 즐기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한다는 사실로 규정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한성대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는 20세기 후반부터 모두들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외쳐댔지만 정작 디자인의 본질과 의미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이해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호모 데지그난스의 개념을 이용하면 각 사물의 문화ㆍ경제ㆍ기술적 맥락을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그가 예로 든 사례를 살펴보자. 1987년 전세계에서 출시된 크라이슬러사의 랭글러 지프는 처음에 기계적인 느낌이 강한 사각 전조등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자유로운 말(馬)의 이미지와 연관시켜 전조등을 둥근 것으로 교체했다. 놀랍게도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카우보이에 대한 강한 향수를 갖고 있는 미국인들이 새로운 디자인에 환호했던 것. 한국과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핸드폰 디자인이 왜 확연한 차이를 나타내는지도 저자는 설명한다. 한국의 휴대전화는 검정이나 무거운 금속성 질감이 주를 이뤘지만, 일본은 파스텔 톤이나 밝은 금속성이 대세를 이룬다. 양국이 어떻게 이런 차이를 보이게 됐을까. 저자는 한국과 일본이 똑 같은 사물에 대해서도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감성분류체계'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취향의 차이는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저자는 "디자인을 바라보는 인간의 태도를 분석하면 사람의 행동과 심리를 예측할 수 있다"며 "이러한 분석은 마케팅의 측면에서 기업들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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