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北核)의 해법을 놓고 한미간의 시각차가 갈등의 관계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는 등 새해 벽두부터 두 나라 사이가 심상치 않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맞춤형 봉쇄정책`으로 전방위 압박에 나서자 우리정부가 반대, 그렇지 않아도 한미주둔군 지위협정(SOFA)문제로 불편한 양국간 관계가 최근 들어 가장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모두 대북(對北) 경제제재론에 우려를 표명, 대화에 의한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고 나서 일부 미국언론은 “미국정부의 최대 외교현안은 북한이 아니라 한국”이라고 지적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이 우리의 전통적인 우방이라는 점에서 걱정되는 대목이다.
김 대통령은 미국의 봉쇄정책과 관련, “햇볕정책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대북봉쇄 기류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 당선자 역시 “미국의 어떠한 조치도 한국의 의견이 최우선으로 존중돼야 한다”며 이에 따라 한미간 공조도 국가와 국민의 자존심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밝혔다. 원칙론에서는 당연한 얘기지만 앞으로 대북 제재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두 나라간의 갈등이 표면화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한국민들의 대미(對美)인식도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돼 주목된다.
사실 지금까지의 한미관계는 미국이 한국의 자유를 위해 피 흘려 수호했으며, 또 주둔군까지 두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리드했다. 그러나 냉전체제가 무너지면서 SOFA개정문제 등 주한미군의 위상변화는 물론 한미관계 전반에 대한 재점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틀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한국전 정전 50주년이자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더 멀리 본다면 미국 이민 100주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이기도 하다. 경제관계에서도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 한미관계다.
그러나 달라질 것은 달라져야 한다. 이번 북핵문제만 하더라도 미국은 당자자인 한국과는 별다른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일관했다. SOFA문제로 가뜩이나 악화된 반미(反美) 분위기가 주한미군 철수론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판국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노 당선자도 대미관(對美觀)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을 풀어 줄 필요가 있다. 미군 주둔의 당위성을 밝힌바 있지만 거듭할 수록 좋다. 미국도 이제는 북핵정책과 관련, 일방통행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한국전의 참상을 경험한 우리국민은 북핵으로 불안해 하고 있다. 따라서 대화에 의한 평화적 타결을 바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해법이다. 한미관계도 이제는 수평적인 관계로 가야 할 때다. 일방이 아닌, 쌍방의 관계에서만 상생(相生)의 길도 있는 것이다.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