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이 5억달러 규모의 외자유치를 다시 추진키로 했다.
하나로통신(대표 윤창번)은 29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최대주주인 LG측이 제시한 유상증자 수정안과 3대주주인 SK텔레콤이 제안한 외자유치안을 논의한 후 표결에 붙인 결과, 9대2로 외자유치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또 SK텔레콤은 자사가 지지한 외자유치안의 통과로 다음달 1일 하나로통신이 발행하는 6개월 만기 기업어음(CP) 1,200억원 어치를 인수, 유동성을 지원키로 했다.
이에따라 단기 유동문제는 일단 해결됐다. 그러나 LG가 “어떤 압력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에서 외자유치안을 반대하겠다”고 선언, 주총 통과여부가 주목된다.
외자유치안의 골자는 당초보다 100원이 비싼 주당 3,200원에 신주 1억8,281만주를 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 AIG-뉴브릿지 컨소시엄이 5억달러에 인수하는 것이다.
이 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AIG 컨소시엄은 39.6%의 지분을 확보하고 이사진 11명 중 5명 추천 권리도 갖게 돼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게 된다.
하나로통신은 다음달 6일 AIG컨소시엄과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10월21일 임시주총에서 외자유치안을 최종승인할 계획이다.
하나로통신은 SK텔레콤의 1,200억원 CP인수로 발등의 불은 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CP발행을 감안해도 10월말까지 200억원을 추가로 조달해야 하며 연말까지 ABS, ABL 등 2,600억원의 만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총에서 외자유치안이 부결될 경우 다시 유동성 위기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정보통신부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절충안을 찾지 못하고 표결을 통해 해결했다는 점도 불투명성을 높여주고 있다. LG측은 경영권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서야 하고 SK텔레콤은 유선기반 상실에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사안임을 반증해줬다.
주총에서 정통부의 LG압박, 최근 외국인들의 지분 확보 등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지만 지분율 15.5%로 최대주주인 LG가 끝까지 반대할 경우 통과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결국 외자유치 부결과 법정관리 후 매각으로 새주인을 찾을 것이라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편 사외이사들이 줏대없이 유상증자안과 외자유치안을 넘나든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번 이사회에서 참석 사외이사 4명이 모두 유상증자에 찬성했고 이번에는 참석 5명중 4명이 외자유치에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외자 발행조건이 주당 100원 향상된 수준이 헐값논란과 독소 조항을 잠재울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오현환기자, 한영일기자 hh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