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69는 아마추어도 알아맞힐 수 있는 수순. 빈 귀를 선점하고 다음에는 그곳을 굳히는 것은 포석의 상식이다. 그 다음의 백70도 당연하다. 세력의 분수령이 되는 요소. 여기까지는 척척 놓였는데 그 다음이 어렵다. 다카오 신지는 15분쯤 장고하고 흑71로 붙였는데 그 사이에 현지 검토실에 있던 히코사카 나오토(彦坂直人)9단은 참고도1의 흑1로 상변에 못질을 하고 싶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천왕 지상해설회에 나온 하네 나오키와 나카노 히로나리는 그 주장에 찬동하지 않았다. 백2 이하 10가지가 예상되는데 백이 무난히 수습되는 흐름이라는 설명이었다. “역시 다카오의 선택이 현명했던 것 같아. 흑73이 놓인 시점에서 흑이 상변에 쳐들어가기는 어렵게 보이잖아.”(나카노9단) “맞아요. 역시 다카오의 감각은 탁월해요. 그런데 더 탁월한 게 장쉬명인의 백74였던 것 같아요. 더 이상 침공의 가망성이 없다는 판단이 서자 망설이지 않고 백74를 결행했는데 나로서는 생각을 못했던 결단이었어요.”(하네) “꼭 쳐들어가기로 한다면 못할 거야 없지.”(나카노) 참고도2의 백1로 쳐들어가면 잡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흑2, 4로 공격당하면 심히 괴로울 것이다. 살기야 살겠지만 좌우의 흑진이 고스란히 흑의 확정지로 굳어질 공산이 크다. 백84가 놓이자 다카오는 다시 장고에 들어갔다. 검토실에서는 다음 흑의 착점을 놓고 갖가지 가상도가 그려지고 있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