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신사복업계 때이른 '시즌오프 행사'

'가을·겨울상품 할인' 2~3주 앞당겨 매출 늘리기 안간힘<br>"가격 정찰제 흐지부지 되는것 아니냐" 지적도


극심한 경기불황으로 사상 최악의 부진에 빠진 신사복업계가 당초 계획보다 2~3주 가량 앞당겨 시즌오프(가을ㆍ겨울상품 할인)행사에 들어갔다.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백화점 송년세일에 맞춰 시즌오프 행사를 열어 백화점 고객들의 소비를 유도하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시즌오프가 앞당겨짐에 따라 전체 할인기간이 길어지면서 임의 상시할인관행을 없애기 위해 도입한 가격정찰제가 사실상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사복 업계의 시즌오픈 행사는 보통 한달간 진행되지만 올해에는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패션, LG패션, 제일모직 등 주요 신사복업체는 백화점 송년세일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달 26~28일 사이 백화점측에 신사복 브랜드의 시즌오프 실시를 전격 통보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코오롱패션이 지난 26일 시즌오프 실시를 먼저 알려왔고 이후 LG패션과 제일모직 등 나머지 신사복업체들도 시즌오프 참여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사복업체의 갑작스러운 시즌오프행사 실시결정에 백화점측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보통 할인행사의 경우 행사 1주일 전 또는 최소 3~4일 전에 실시 여부를 통보해주는 것이 관례"라며 "너무 갑작스럽게 행사가 결정돼 담당 바이어들조차도 황당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오프 행사는 가을ㆍ겨울상품을 20~30% 가량 싸게 파는 할인행사인 만큼 통상 12월 중순경에 실시해 왔다. 실제로 주요 캐주얼 브랜드의 경우 시즌오프 기간이 12월 중순 이후로 예정돼 있다. 이처럼 신사복 브랜드들의 시즌오프가 촉박하게 결정되면서 행사 내용이 백화점 세일 광고전단에 실리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신사복업체들이 시즌오프를 행사가 임박해 통보해주는 바람에 백화점 세일행사 시작 광고전단에 실지 못하고 1일자 광고부터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사복업계가 시즌오프 행사를 예정보다 앞당겨 실시하고 있는 것은 하반기 이후 경기불황의 한파가 심해지며 판매부진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 9월 남성정장 매출이 전년 동기 9.1% 줄어든 데 이어 10월에는 10% 역신장하는 등 감소 폭이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코오롱패션 관계자는 "백화점 송년세일과 같은 기간에 시즌오프 행사를 진행하면 좀 더 많은 고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을 수 있지 않겠냐는 고민 끝에 시즌오프를 앞당겨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사복업계의 때 이른 시즌오프 행사가 사실상 가격정찰제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시즌오프가 앞당겨지면 전체 할인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고객들로 하여금 또다시 과거 상시할인 관행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진 신사복업계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할인행사에만 의존하다 보면 자칫 과거 임의 상시할인관행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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