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독주를 막기위해 PEF(사모주식펀드ㆍPrivate Equity Fund)를 활성화하기로 하면서 금융권의 펀드설립 물밑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증권ㆍ투신ㆍ벤처캐피털업체는 물론 비제도권 사설 자본들까지 PEF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으며 일부업체는 연기금 등과의 제휴, 조 단위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14일 증권ㆍ투신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상반기 개선안 시행에 앞서 이미 5,000억원을 목표로 PEF 모집에 들어갔으며 삼성증권은 상반기중 1조~2조원 규모의 펀드를 설립키로 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연내 SK투신 인수를 마무리 한 뒤 이를 PEF전문 자산운용사로 탈바꿈시키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를 통해 국민연금ㆍ군인공제회 등 국내 대형자본과 연계, 한투ㆍ대투 등 국내 대형 금융기관 인수에 뛰어든다는 복안이다.
국내 최대 벤처캐피털업체인 KTB네트워크는 금융기관보다 산업은행과 자신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등이 매각을 추진중인 일반기업 인수에 나서기로 하고 PEF시장 진출을 다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KTB네트워크는 특히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 사업을 해오면서 쌓은 노하우를 십분 활용, PEF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비제도권 자본들의 PEF 설립 움직임도 활발하다. M&A(인수합병) 컨설팅 업체들을 중심으로 거액투자자들의 자금을 PEF로 끌어들여 제도권 금융자본으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전직 장관과 유명 증권업계 인사들의 이름을 딴 펀드들은 PEF시장 진출을 위해 자금모집을 적극 추진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헌재 전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이름을 따서 추진중인 `이헌재펀드`다. 이 펀드는 김영재 솔로몬금융 회장(전 금감위 대변인)이 산파역할을 하고 있는데 2조~3조원을 모집,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김 회장은 “우리금융 민영화방안이 확정된 뒤 펀드의 규모가 구체화될 것”이라며 “대규모 자금을 조성하는데 누군가 책임을 지고 나설 사람이 필요해 이 전부총리가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사채업체와 대금업체들도 연합펀드를 구성, PEF시장 진출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들 금융기관 및 비제도권 자본들이 노리는 주 타깃은 우선 한투ㆍ대투ㆍ대우증권ㆍ우리금융 등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이다. 국내 금융산업 보호라는 정부의지와 부합될 뿐만 아니라 IMF 이후 부실정리가 상당히 이뤄져 매입에 실패해도 잃을 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 PEF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경우 연기금 등 국내 거대 투자자본들과도 손 잡기가 용이하다는 것도 PEF설립을 서두르는 이유가 되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국내 금융자본도 금융기관을 인수해 정상화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PEF는 금융업체들이 사업영역을 넓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h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