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위간부가 국민의 불신과 법원의 견제, 경찰의 독립요구 등 급변하는 환경에 처한 검찰의 `삼중고(三重苦)'를 털어놓고 이런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친절'을 강조해 눈길을 끈다.
박영수 서울고검 차장검사는 검찰 소식지인 `검찰가족' 2월호에서 `검찰과 친절'이라는 제목의 권두언을 통해 "요즘 우리 검찰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신바람이 나지않는다"며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검찰을 믿고 사랑하던 벗들이 떠나려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검사장은 "그것은 검찰을 신뢰하던 국민들이 마음을 돌리려 하고, 가까운 이웃인 법원도 거리를 두려 하고, 아우처럼 따르던 경찰마저 독립하겠다고 하기 때문"이라며 "이 마당에 어느 누가 흥이 나고 기운이 날 수 있겠는가"라며 반문했다.
이는 최근 공판중심주의를 천명하며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 등 사안에서 대립각을 세워온 법원과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수사권 독립 요구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는 경찰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박 검사장은 "떠나려는 벗을 탓하기보다 우리 자신을 겸허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며 남을 탓할 게 아니라 내부의 자성과 개혁이 중요함을 지적했다.
그는 "단순한 민원창구 업무에서부터 대형사건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호소나 변명을 끝까지 들어주었다면 악성민원도 사라지고 반복되는 무죄 선고도 없었을 것"이라며 후배들에게 `친절'의 중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검찰 업무의 특성상 민원인들에게 친절할 수 없다"는 직원들의 `하소연'에 대해 오히려 "검찰처럼 민감한 민원부서일수록 더욱 친절해야 한다는 것이오늘의 시대적 요청"이라며 "인식의 전환과 함께 진정한 반성을 토대로 미래 검찰의모습을 리모델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