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부고속철도 47개 터널 방재대책 없다

오는 12월 개통되는 경부고속철도가 터널 안에서 화재발생시 화재진화 및 승객 대피 등 비상방재대책이 전혀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총 터널길이가 건설구간의 35%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고속철도 곳곳이 안전무방비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더구나 감사원이 지난해 초 경부고속철도 건설 실태를 점검해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 시행하라고 통보했지만 주무 부처인 건설교통부와 고속철도공단은 이를 외면했다가 최근 대구지하철 사고로 인해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서 비난을 받고 있다. 2일 건설교통부와 한국고속철도공단에 따르면 오는 12월부터 첫 운영되는 경부고속철도의 수많은 터널이 스프링쿨러 및 비상구 설치 등 방재대책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건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고속철도 감리원은 “경부고속철도는 터널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워낙 많지만 모든 터널에 소화전은 커녕 비상구 등 안전장치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며 “특히 구간이 길어 만약 불이 난다면 매우 위험스런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교통관련학과 교수는 “외국의 고속철도 경우는 최근 터널 공사시 스프링쿨러 등 방재시스템을 갖추는 게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설계 당시부터 주행 안전에만 신경 썼지 방재대책엔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1단계 경부고속철도의 터널 수는 모두 47개로, 총 길이는 신설 건설구간(220.9km)의 35%나 된다. 길이는 평균 1.6km이며, 황학터널 등 긴 구간은 10km나 되는 곳도 있다. 특히 부산까지 2단계 공사가 완료될 경우엔 전체길이의 48%에 달하는 등 터널 비중이 매우 크다. 감사원 또한 지난해 2월 경부고속철도의 터널 안전이 무척 중요하지만 비상방재대책은 전무해 대형참사가 우려된다며 시정명령을 요구했지만 공단측은 재원 등을 이유로 아직까지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고속철도공단의 한 관계자는 “차량 전체가 불연재로 이루어져 있는데다 모든 터널에 방재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추가 비용이 들어 따로 터널안 방재대책은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사시 사고를 대비해 터널 입구에 앰뷸런스 차량 진출입로를 마련했고, 터널안에 20m마다 조명등을 설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해 온 건교부는 최근 대구지하철 사고로 안전에 대한 여론이 높자 뒤늦게 대대적인 고속철도 방재 실태 점검에 나서 눈총을 받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지난주 철도청, 고속철도공단 실무진과 터널 화재시 안전관리 등 전반전인 방재 대책 회의를 가졌다”며 “이달 중 후속 회의를 열어 소요비용 등을 따져 본 뒤 스프링쿨러 설치 여부 등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경부고속철도(서울-대구) 주요 터널 현황 터널명 길이(km) 광명 3.2 운주 4 문곡 3 화신5 6.2 황학 9.9 북삼1 4.7 자료:건설교통부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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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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