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회복을 기대하기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사상최고의 호조를 보이면서 경제를 겨우 이끌어가고 있으나 정부가 내년 경기회복의 관건으로 지목한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다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도 바닥에서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제유가, 중국경제 등 국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더블딥(이중하강)'에 대한 우려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수출호조로 산업생산 회복..내수는 여전히 바닥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산업생산은 작년같은 달에 비해 10.1% 늘어나 3개월만에 두자릿수 증가세로 돌아섰으며 출하도 9.3%늘어나 지난 8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지난달 수출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호조를 누렸기 때문으로 실제대부분의 경기지표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대표적인 내수 지표인 도소매판매는 작년 같은달보다 1.3% 줄어 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으며 특히 백화점 판매의 경우 지난 3월부터 9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또 설비투자가 통신기기와 정밀기기 등에 대한 투자증가로 3.1% 증가했으나 이는 지난해말이 워낙 나빴기 때문에 나타난 기술적 반등으로 결코 좋은 결과로 볼 수없다는 것이 통계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울러 지난달 서울 반포와 경기도 과천의 재건축 수요에 힘입어 올들어 첫 플러스를 기록했던 국내 건설수주도 다시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건설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감을 더했다.
그나마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수출마저 내년부터 증가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돼 경기에 오히려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기선행지수 끝없는 추락..경기전환 난망
정부가 내년 경기회복 가능성을 강조하며 5%의 성장의지를 나타내고 있으나 최근 발표되는 선행지수들은 이같은 기대감과는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향후 경기전환시기를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의 경우 지난달 0.3%포인트 하락, 무려 8개월째 추락해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회복이 어려울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현재의 경기를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경우 전달보다 0.1포인트 상승해 8개월만에 플러스로 돌아섰으나 추세적인 변화로 보기는 힘들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는 경기가 상승국면에서 일시적으로 하강하는 이른바 '소프트패치(soft patch)'냐 아니면 추세적인 하강국면에서 일시적인 상승이 있었던 '더블딥'이냐를 두고 논란이 계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전망 조사에서도 6개월후의 경기, 생활형편,소비지출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가 86.6으로 외환위기 직후보다 더 떨어져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회복이 힘들 것이라는 소비자들의비관론을 여지없이 반영했다.
◆ 종합투자계획 등 경기진작책 효과 '글쎄'
정부는 내년 4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5% 성장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종합투자계획을 비롯한 각종 경기대책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경기선행지표와 기업들의 투자 전망, 대외적인 불안요인 등으로미뤄 이같은 의지가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있다.
더욱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종합투자계획을 감안하더라도내년 성장률이 4%에 그칠 것이라고 밝힌데다 일부 민간연구소에서는 2-3%대 성장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어 정부의 부담을 더하고 있다.
특히 올해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수출이 연말까지 최고의 호조를 누리면서 오히려 내년 둔화폭을 더 키우는 결과를 초래해 성장률에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그러나 "종합투자계획 외에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경기조절방안 등을 동원해 5%를 달성한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라면서 "5%는 정부가버릴 수 없는 숫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 전문가들 "소비회복 방안 최우선 과제"
전문가들은 오랜 내수침체로 우리 경제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당장 내년상반기에 우선 소비를 되살릴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LG경제연구원의 전민규 연구원은 "올상반기 수출호조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소비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적으로 이는 오판이었다"며 "그나마 수출에 힘입어 제조업 부문에서 생산증가율과 임금상승률이 올라갔기 때문에 경기가 이 정도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가계부채 조정이 끝나기 힘든데다 수출도 미국 달러화 약세와 중국의 긴축정책으로 경기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며 "경기모멘텀은 아래쪽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급한 것은 소비를 되살리는 것으로 정부는 모럴헤저드를 고려하면서신용불량자와 가계부채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의 권혁부 연구원도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소비가 좋지 않은 것"이라며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아야 하고 아울러 정책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에는 어렵겠지만 경기선행지수가 내년 2월 이후에 상승세로 돌아서 2.4분기에 경기가 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