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원.달러 환율이 폭락하면 보험요율이 오르기 때문에 이제는 환보험도 들 수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광주에서 주방용기구를 제작해 수출하는 ㈜신보의 관계자는 "작년부터 원.달러환율 하락을 예상했지만 폭락 수준까지 올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작년에 34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수출 비중이 98%인 이 회사는 올해 환율 기준을 1천80원으로 잡고 적정한 시기에 환보험에 가입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환율은 계속 떨어졌고 결국 이 회사는 이제는 환보험 가입을 포기한 상태다. 1천원선의 환율이 계속되면 이 회사는 매달 2천만원의 환차손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환율 폭락의 피해는 어쩔 수 없이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업체에 더욱크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지문인식기 등 보안제품을 수출하는 ㈜아이디테크는 일찌감치 생산공장을 해외에 진출시킨 업체들이 부럽기만 하다. 이 회사도 해외 공장 설립을 고려했지만 포기했다.
현재도 중국산 카피 제품이 내수 시장에서 범람하고 있어 자칫 중국 등지에 공장을 세웠다가는 회사의 고급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생산을 고집했던 이 회사는 환율 하락이 시작된 작년 11월부터2개월 동안 생산원가 이하로 상품을 팔아야 했고 올해에도 출혈 수출을 피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이디테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새로운 모델 개발로 원가를 높여 수출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지만 환율 하락세가 유지될 경우 올해 매출 목표액 200억원에 80%정도만이라도 달성할 수 있을 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해외에 생산공장을 설립한 업체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중국 칭다오와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 공장을 둔 완구업체 오로라월드는 유로화나 파운드화 결제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 목표가 500억원이지만 해외공장에서 환율 관리만 잘 하면목표액의 95% 정도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이처럼 환율이 하락하고 내수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더 이상 국내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려는 업체가 줄어들고 결국 `산업 공동화'가 가속화될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