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학업에 쏟은 노력에 비해 바이오업계에서 연구원에 대한 대우는 상당히 열악해요. 4년내 주식시장 상장까지 시켜서 회사 규모도 키우고 채용도 많이 해 업계와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성공을 보여줄 것입니다."
지난 25일 경기 성남 가천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위치한 진스랩 사무실. 장욱진(40ㆍ사진) 진스랩 대표는 시종일관 부드러운 말투 속에서도 사업 비전에 대해 언급할 때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세 딸을 둔 가장이라는 그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온 만큼 반드시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 있었다.
진스랩은 유전자를 활용한 DNA 진단 키트를 만드는 바이오 회사로, 2008년 11월에 설립됐다. 특히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일반 질병 관련 진단방법 보다는 희귀유전질환에 대한 DNA 진단 방법에 대해 집중 연구하고 있다. 조직적합성 검사를 비롯해 헌팅턴병, 취약 X 증후군(Fragile X) 등에 대한 진단 키트는 이미 식약청에 인증 신청 준비에 들어갔다. 조직적합성 검사의 경우 키트 제공뿐 아니라 서비스까지 직접 할 생각이다.
장 대표는 "학계에서 이론적으로 있던 것도 실제 제품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대부분의 진단 회사들과 달리 진스랩은 DNA 증폭 과정까지 직접 수행한다는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대학 졸업후 10여년간 바이오 벤처회사 두 곳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했던 바이오 벤처 1세대 출신이다. 그는 두 업체에서 모두 매출 10억원 내외의 초기 상태일 때 입사해 몇년 만에 50~100억원대 매출 기업으로 성장한 뒤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과정까지 직접 경험했다. 이런 경험 덕분에 창업 이후에도 부문별로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할 수 있었고 초기 기업으로는 드물게 기업공개(IPO)라는 구체적인 장기 목표까지 설정하게 됐다. 지난해에는 재무ㆍ회계적인 지식을 얻고자 청년창업사관학교 1기로 들어가 우수졸업자라는 명예도 얻었다.
장 대표는 "벤처 초기만 해도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다 보니 바이오업체는 사기꾼이라는 인식까지 생겼는데 이제는 바이오산업의 진정한 성장 가능성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며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어 IPO까지 성공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회사 직원은 장 대표를 제외하고 총 6명. 이 중엔 얼마전 스카우트에 성공한 카톨릭대 성모병원 연구박사 출신의 연구소장도 포함돼 있다. 연말엔 두명의 경력직원을 더 뽑을 계획이다. 직원과 별도로 세종대 교수진들이 기술고문을 맡고 있다. 사업 초기만 해도 연구원 1명과 함께 장 대표가 연구업무까지 도맡았으나 이제 회사 조직이 어느 정도 갖춰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9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16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일반질병에 대한 범용기술 위주의 실적이나 식약청 인증을 받아 희귀질병 관련 DNA 진단 키트를 본격적으로 판매할 경우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국가 과제도 2개를 신청해 추진 중에 있다. 손익분기점 역시 연내 넘길 전망이다.
장 대표는 "사업 첫해부터 신종플루가 유행한 탓에 영업외수익을 제외하고도 5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며 "올해는 외연확대가 크게 이뤄지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질병에 관한 진단 키트를 연구ㆍ판매하는 만큼 해외시장 공략도 이미시동을 건 상태다. 현지기업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올해 말 말레이시아에 합자법인을 설립할 방침이다. 합자법인 설립 후엔 매출도 곧바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첫 수출국가로 말레이시아를 선택한 이유는 이곳의 종교ㆍ지리적 특성상 앞으로 동남아시아는 물론 호주, 이슬람권 국가까지 진출처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말레이시아는 국민 80%가 이슬람교도인 데다 미국, 일본에 비해 한국에 호의적"이라며 "연내 수출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