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의 '망향 소송'北아들에 재산 물려주려했는데...
북한에 부인과 아들을 남겨둔 채 월남해 다시 결혼을 한 뒤 자수성가한 실향민이 『북에 두고온 가족들에게 줄 재산을 남쪽 아들이 가로챘다』며 소송을 내 재판결과가 주목된다.
북한에서 결혼해 3남2녀를 둔 S씨는 6.25 전쟁중 장남과 차남을 데리고 월남해 다른 여자와 새로 결혼을 한 뒤 장남과 차남을 호적에 올렸고, 새 부인과의 사이에서도 두아들을 얻었다.
S씨는 자수성가해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모았지만 남한에서 새로 얻은 부인과 가정불화로 이혼소송을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다 지난해 5월 노인성 치매에 걸렸다.
치매에 걸리자 새 부인과 아들들은 작년 9월 S씨로부터 아파트 등 수십억원대의 재산을 물려 받았다며 소유권이전등기를 했으며, S씨는 지난 5월 월남한 동생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재산의 반은 북한에서 어렵게 살고 있을 처자식에게 물려주고 나머지 반은 장학사업 등에 쓰려고 했는데 새 부인과 그 자식들이 치매상태인 점을 이용해 재산을 가로챘다』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S씨는 재판도중이던 이달초 86세의 나이로 숨졌고, S씨의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지조차 법정에서 가려져야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원고측 대리인인 배금자 변호사는 『치매상태에서 이뤄진 소유권 이전등기는 원천무효』라며 『S씨의 재혼은 현행법상 금지된 중혼(重婚)이기 때문에 북한에 있는 가족의 동의를 받아 혼인무효소송을 내면 남쪽 아들이 가로챈 재산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피고측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재산을 물려받았다』고 맞서고 있다.
이번 사건은 8.15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자식과 부모, 형제간에 생사가 확인되는 이산가족이 적지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앞으로 중혼(重婚)과 상속문제 등 이산가족 사이에 빚어질 각종 법률문제와 관련해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김정곤기자MCKIDS@SED.CO.KR
입력시간 2000/07/3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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