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세청 청약자 명단제출 요구, 개인신상정보침해 논란

국세청이 아파트 청약자 명단을 금융회사와 주택업체에 일괄 제출할 것을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투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세청으로서는 청약자 명단을 입수, 분석하면 투기혐의자를 색출하기는 데 큰 보탬이 되겠지만 개인신상정보가 본인의 동의없이 세무당국에 유출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침해시비가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세청은 법원의 압수수색영장 없이 `질문검사권`에 근거해 자료제출을 요구해 적법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또 주택업계는 청약자 명단이 국세청에 넘어가는 선례가 생긴다면 앞으로 아파트 분양시장에 일파만파의 충격이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투기혐의자 색출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국세청이 청약자 명단제출을 요구한 계기는 모델하우스에 진을 치고 있는 떴다방 단속과정에서 비롯됐다. 국세청은 `더샵 스타시티` 주상복합아파트 모델하우스와 청약 대행한 3개 시중은행 일선 지점에서 동일인이 3채 이상씩 신청한 중복 청약하거나 떴다방을 통해 대리 신청하는 등 투기혐의자 165명을 현장에서 적발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165명을 정밀 분석한 결과 대부분 떴다방과 관련이 있어 현장에서 적발한 중복청약자 외에도 투기 혐의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여 청약자 명단 제출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청약자 명단을 넘겨받아 중복청약자ㆍ미성년자명의청약자ㆍ대리청약자 등 투기혐의자를 우선적으로 색출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이들 투기혐의자를 국세통합전산망(TIS)에 조회, 소득신고 상황을 분석하고 과거 5년간의 세금 탈루 행위에 대해 자금출처조사를 포함한 강력한 세무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주택업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제출=주택업체는 아파트 당첨자는 물론 청약자 명단은 대외비로 분류돼 외부에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개인신상정보가 유출되면 회사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분양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세청의 자료제출 요청에 거부할 `간 큰` 주택업체는 없는 법. 실제로 서울은 물론 수원과 천안 등 투기과열지역에서 주상복합아파트와 아파트를 분양한 상당수 주택업체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청약자 명단을 넘겨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나아가 주택업체 외에도 청약 대행을 맡고 있는 국민은행과 금융결제원에도 청약자 명단을 제출해줄 것을 요구해 해당 금융기관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 청약은 건설사와 수요자간 일종의 금융거래”라며 “법원의 압수수색영장에 근거하지 않는 자료 제출요구는 금융거래 비밀을 보장하는 금융실명법 위반소지가 있다”고 해명했다. 국민은행은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등 상급 행정기관과 상의해 자료제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국세기본법상의 질문검사권(직권조사권)을 발동해도 청약자 명단 확보가 가능하다는 의견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질문검사권은 세금신고내역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권한으로 통상적인 세무조사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다만 질문검사권은 납세자의 동의를 얻어야 관련 자료예치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더 샵 스타시티`를 분양한 포스코건설은 청약자 명단제출요구에 대해 “법률에 근거하지 않는다”며 명단제출을 거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주택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약자 명단을 세무당국이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조세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

관련기사



권구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