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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박해춘 우리은행장

"은행산업 키워드는 속도경영·글로벌화"<br>'글로벌 10200' 추진으로 성장성 큰 시장 선점 가속<br>리스크관리시스템 구축통해 해외진출 위험 최소화도<br>"위기가 기회" IB부문 영업수익 올 1兆규모로 늘릴 것


[서경이 만난 사람] 박해춘 우리은행장 "은행산업 키워드는 속도경영·글로벌화"'글로벌 10200' 추진으로 성장성 큰 시장 선점 가속리스크관리시스템 구축통해 해외진출 위험 최소화도"위기가 기회" IB부문 영업수익 올 1兆규모로 늘릴 것 대담=정문재 금융부장 timothy@sed.co.kr 정리=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이제 은행산업의 키워드는 ‘속도’와 ‘글로벌 경영’입니다. 빠른 속도로 해외시장을 선점함으로써 규모나 수익구조 등을 기준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뱅크로 거듭날 계획입니다.” 박해춘(사진) 우리은행장은 “국내시장에서 은행들이 ‘제 살 깎아먹기’식의 영업을 벌이는 시대는 끝났다”면서 “그래서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은행은 중국ㆍ미국ㆍ홍콩ㆍ러시아 등지로 뻗어 있는 39개의 해외 점포망을 오는 2010년까지 200개로 확대한다는 이른바 ‘글로벌 1020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전략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국내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새해 들어서도 또다시 국내 은행 최초로 러시아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박 행장은 “국내 은행의 자산을 다 합쳐봐야 바클레이스은행의 반(半)도 되지 않는다”며 “적극적인 해외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은행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중국ㆍ베트남ㆍ인도ㆍ바레인 등을 잇는 아시아 금융벨트를 넘어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IS) 국가까지 아우르는 유라시아 금융로드를 구축,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글로벌 뱅크와 대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소시에테제네랄 금융사고 등으로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그만큼 리스크도 커질 수 있는데요. 해외진출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지난해 초 행장으로 취임하자마자 가장 역점을 뒀던 분야가 바로 ‘리스크 관리’였습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2006년 자산이 46조원이나 늘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단기간에 늘어난 자산의 부실 가능성을 면밀히 파악하면서 공고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연체율이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낮습니다. 해외에 진출할 때도 리스크를 시스템적으로 평가해 진출 지역과 방법, 사업선정 여부, 시기 등을 결정합니다. 2010년까지 200개의 해외 점포를 모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게 하려면 선진화된 리스크 관리 기법이 필수적입니다. 우리은행은 오래 전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고 일찌감치 준비작업을 추진해왔습니다. 단순한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질적인 준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우수한 인력을 해외로 배치하는 동시에 해외 사업조직을 본부 단위로 격상시키는 등 글로벌 체제를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크고 강하면서 빠른 은행’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은행의 성격상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데 어떻게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지요. ▦글로벌 기업은 모두 속도경영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은행도 시장의 니즈(needs)를 파악하는 동시에 즉시 여기에 반응해야 합니다. 그래야 신뢰가 쌓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빠른 경영이 중요합니다. 취임하자마자 ‘속도경영’을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입니다. 취임 후 “다른 은행에서 한달 만에 할 일을 일주일 사이에 처리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현재 경쟁 은행에 비해 인원은 훨씬 적지만 자산 규모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는 결국 적은 인원으로 빠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으로 속도는 경쟁력 향상과 직결돼 있습니다. 은행에는 내부시스템에 의해 합의를 받아야 하는 게 너무 많습니다. 합의는 책임을 분산시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취임 후 합의할 게 너무 많아 결정하는 데 1~2개월이나 걸리던 방식을 개선했습니다. 그 결과 경영 속도가 몰라보게 빨라졌습니다. 일례로 지난해 우리은행 카드 회원을 13초에 한 명씩 유치해 200만명을 무난히 돌파했습니다. 은행으로서는 신속히 카드사업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드사업 자체도 큰 수익성을 갖고 있지만 다른 은행업무와의 시너지 및 연계 영업을 통해 엄청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전략에 따라 러시아에 현지법인을 개설하고 카자흐스탄에서 투자은행(IB)업무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옛 독립국가연합 회원국의 경우 아직은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미국 등 선진국은 안정성은 보장되는 데 반해 성장성이 떨어집니다. 이머징마켓은 높은 성장성을 갖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진출할 때도 과거 다른 국내 은행이 러시아에서 실패한 사례를 분석해 철저하게 리스크를 점검한 후 최종 결정을 내렸습니다. 러시아 금융시장은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러시아 네트워크는 보다 더 확대할 계획입니다. 러시아의 경우 전체 인구의 13%만이 은행과 거래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만큼 은행산업의 성장잠재력이 높다는 뜻입니다. 과거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결정 때문에 은행에 대한 현지인들의 불신이 높습니다. 하지만 씨티뱅크는 이런 점을 활용해 러시아에 진출한 후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유가 수입 때문에 외화보유고가 세번째로 많지만 러시아 최대 은행의 자산은 우리은행의 66%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러시아에 진출하기에 앞서 무려 4년 동안 준비했습니다. 성장잠재력이 높은 곳에는 반드시 진출하고, 또 영업 기반을 확대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습니다. 따라서 두바이 등 성장성이 충분한 곳에는 발 빠르게 진출할 계획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로 지난해 4,500억원 상당을 손실처리했습니다. IB 부문을 어떻게 육성할 계획입니까.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손실의 경우 깨끗이 털고 미래를 향해 전력을 기울이자는 뜻에서 상당부분 감액처리를 검토중입니다. 손실처리했다고 완전히 손실을 입은 것은 아닙니다. 미국 정부가 경기 활성화에 진력할 것이고 하반기부터 경제가 회복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 가치가 다시 높아질 수 있습니다. 미국은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버블이 붕괴됐을 때 1%까지 금리를 낮췄고 이번에도 시장상황에 따라 과감한 금리인하를 통해 어떻게든 경기를 살릴 것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오랫동안 방치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손실처리한 부분이 살아나면서 특별이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카드사태 때도 LG카드가 다 죽을 것으로 봤지만 사실은 달랐습니다. 국내 투자가들이 자본투입을 꺼려할 때 외국은행은 1조원 이상을 LG카드에 빌려줬습니다. 위기가 곧 기회입니다. IB 분야의 경우 돈과 플레이어가 있어야 합니다. 높은 수익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위축되면 안됩니다. IB직원들에게 “손실을 본 것에 미련을 갖지 말고 ‘앞으로 더 벌겠다’는 각오를 다져달라”고 당부했습니다. IB 분야에서 지난해에는 4,000억원을 벌었지만 올해에는 1조원의 영업수익을 올릴 계획입니다. -행장으로 취임한 후 적극적인 마케팅에 치중한 결과 우리V카드의 성공스토리 등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도 들리는데요.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시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시장 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최근까지만 해도 주로 중국 시장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앞으로는 러시아 시장이 새로이 부각될 것입니다. 우리은행은 국내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러시아 현지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이 러시아 현지법인을 통해 한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 회원국들이 추진하는 경제 공동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지원에 앞장설 것입니다. 씨티은행은 해외에서 50%를 버는데 국내 은행의 경우 그 비중이 3%에 불과합니다. 발 빠른 해외시장 진출 전략을 통해 국내 은행산업의 글로벌화를 선도할 것입니다. ● '글로벌 10200' 전략은 "2010년까지 해외점포망 200개로" 작년 中이어 올해 러에 법인 설립 "앞으로 은행의 경쟁력은 세계적인 네트워크에 달려 있다."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은행의 미래를 얘기할 때마다 이렇게 강조한다. 우리은행이 글로벌 뱅크를 목표로 추진 중인 '글로벌 10200' 전략은 이 같은 박 행장의 소신을 그대로 담고 있다. 박 행장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는 물론 중앙아시아ㆍ중동 등 자원이 많고 성장잠재력이 높은 해외시장을 선점하는 게 앞으로 은행의 경쟁력을 가름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은행의 해외 진출은 '현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 기업과 교포들을 상대로 한 영업에 그치는 게 아니라 현지인 고용 확대 및 현지 인재발굴 시스템 등을 통해 영업 역량을 높인 뒤 현지 기업 및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결국 HSBC처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최고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10200'은 현재 39개인 해외 점포망을 오는 2010년까지 200개로 늘린다는 내용의 프로젝트다. 지난해 말 국내 은행 최초로 중국법인을 설립함으로써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첫 단추를 꿰었다. 중국법인을 설립하기 전까지만 해도 지점을 추가할 때마다 중국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법인 설립과 동시에 마음대로 지점을 세울 수 있게 됐다. 독자적인 중국 네트워크 전략을 얼마든지 수립, 집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중국 지점을 현재 5개에서 2010년까지 53개로 늘릴 계획이다. 우리아메리카은행법인은 지점을 현재 18개에서 30개로 늘려 미국의 여러 지역을 아우르는 은행으로 탈바꿈한다. 올해 초 국내 은행 최초로 설립한 러시아 모스크바 현지법인은 자원이 풍부한 러시아의 각종 건설 프로젝트의 금융서비스 시장을 따내는 것은 물론 극동 경제권의 블라디보스토크 및 우즈베키스탄ㆍ카자흐스탄 등으로 대표되는 독립국가연합(CIS)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맡게 된다. 한편 중국ㆍ홍콩ㆍ두바이ㆍ러시아ㆍ중앙아시아를 잇는 유라시아 금융벨트도 구축된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에 두바이 사무소, 하반기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사무소를 개설한다. 우리은행은 이 같은 글로벌 전략을 위해 현지 인재발굴 및 교육시스템을 갖추는 것과 함께 지난 2002년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 23개국 39명의 지역전문가를 양성했고 올해도 10여명을 해외로 파견할 예정이다. ◇약력 ▦1948년 충남 금산 생 ▦1968년 대전고 졸업 ▦1975년 연세대 수학과 졸업 ▦1992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료 ▦1975년 국제화재해상보험 장기업무부 ▦1977년 안국화재해상보험 기획조정실 ▦1993년 삼성화재해상보험 기획 및 마케팅담당 이사 ▦1998년 삼성화재해상보험 마케팅담당 상무이사 및 강북본부장 ▦1998년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 ▦2003년 한국 보험계리인회 회장 ▦2004년 LG카드 대표이사 ▦2004년 보험개발원 사외이사 ▦2006년 비자카드 국제이사 ▦2007년 우리은행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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