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건희 회장 입원] 경영승계 과정 오너일가 지분 확대 예상… 투자자 공격매수

■ 삼성그룹주 주가 오히려 큰폭 상승 왜

지배구조핵심 전자·물산 지분율 낮은 것이 주가 상승 요인으로

"현재 주가도 매력 크다" 외국계 헤지펀드도 대규모 매수 가능성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했다는 소식에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가는 오히려 큰 폭으로 올랐다. '이 회장 건강 악화=주가 하락'이라는 공식이 작용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이 회장의 건강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졌던 만큼 주가에 미치는 영향 자체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최근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정리하고 삼성SDS를 올해 중 상장하겠다고 밝히는 등 삼성그룹의 3세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이 이번 이 회장의 건강 악화로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그룹 내 주요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주 역할을 할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낮아 그만큼 지분율을 높여야 하고 이 과정에서 주가가 오를 것을 내다본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12일 주가가 급등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삼성생명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 19.4%를 보유했고 삼성생명이 7.2%의 지분율로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가 삼성SDI를, 삼성SDI가 삼성물산을 장악하는 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사업부문과 지주회사로 분할되고 삼성생명이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현재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시나리오는 삼성전자홀딩스가 삼성전자 사업회사와 삼성SDI·삼성전기·삼성테크윈·삼성중공업 등을 지배하고 삼성물산홀딩스가 삼성물산 사업회사와 삼성종합화학·제일기획·삼성SDS 등을 지배하는 것"이라며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전자홀딩스와 삼성에버랜드 아래서 중간 지주회사 형식으로 금융계열사를 아우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에 대한 최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낮다는 점이 주가를 끌어올릴 요소로 꼽힌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지분이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회장 일가는 물론 삼성그룹 차원에서 이들 기업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주 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공통점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최대주주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라며 "주가가 이날 즉각 상승한 것처럼 이 회장의 건강 악화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삼성그룹이 이들 상장사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작업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시장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은 연내 상장할 예정인 삼성SDS의 지분을 매각하는 대신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확대하거나 적어도 지분 희석을 위한 방어에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연구원은 "삼성그룹 3세들은 그룹 내 지배구조 하단에 위치한 삼성SDS의 상장을 이용해 구주매출과 지분맞교환ㆍ담보설정 등의 방법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이 회장의 보유 지분을 상속 받는 데 필요한 현금(양도세)을 확보하거나 삼성물산·호텔신라·제일기획과 같이 지배구조가 취약한 계열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는 데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 건강 문제가 불거지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일부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적 지분 매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과거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사망했을 당시 미국계 헤지펀드인 스틸파트너스가 애플의 지분을 대거 인수하며 주주제안을 통해 경영에 관여하기도 했다. 스틸파트너스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책을 이끌어냈고 주가가 상승하자 차익실현에 나섰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격적인 헤지펀드의 경우 오너 리스크를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재료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애플과 비교해 시가총액도 작을 뿐만 아니라 최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낮은 점에 비춰볼 때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지배구조 개편 이슈뿐만 아니라 현재 주가 측면에서도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매력이 높아 외국인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CIMB증권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의 경쟁업체로 꼽히는 대만 TMSC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면서 "지배구조 이슈뿐만 아니라 현재 주가만 놓고 봤을 때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TMSC를 팔고 삼성전자를 매수할 타이밍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