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세금·공적보험료 부담에 가계 지갑 닫는다

■ '가계금융·복지조사'

작년 소득 4.4% 늘었지만 여유성 지출은 2.4% 줄어

공적부담 14%증가 영향 커

소득 하위 20% 금융부채 21% 늘어 재무건전성 악화


소득이 늘어나는데도 가계가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왜 그럴까. 통계청과 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2만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자료는 이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다. 소득이 늘어나도 세금은 물론 연금과 의료보험 같은 공적 부담이 더 많이 늘어나 의복 구입 같은 여유성 소비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전체 가구의 부채 증가폭은 줄었지만 취약계층인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는 금융부채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늘어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 등 공적 부담 증가폭 가장 커=14일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가구소득은 4,676만원으로 지난 2012년(4,479만원)보다 4.4%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에는 전년(4,223만원) 대비 5.7%가 늘었었다.

반면 소비는 여전히 제자리다. 2011년 2,302만원이던 가계 소비지출은 2012년 2,303만원으로 고작 1만원이 늘어났고 지난해는 2,307만원으로 0.2%(4만원) 증가했을 뿐이다.


표면적으로 그나마 소비가 예년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식료품이나 주거비·교육비 등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을 제외한 의복 구입 같은 기타 지출, 쉽게 말해 여유성 지출은 오히려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2012년에는 전년보다 1.5%(7만원),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4%(11만원)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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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계가 소비를 줄이고 있는 원인은 세금과 공적연금·사회보험료 등 공적 부담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계가 낸 평균 세금은 206만원으로 2012년(193만원)보다 13만원(6.7%) 늘었다. 공적연금 및 사회보험료로 지출한 돈도 274만원으로 15만원(5.7%) 증가했다. 소비가 제자리를 맴돌던 2년 새 부담액이 각각 10.7%, 14.6%가 늘어난 것이다.

◇취약계층, 빚은 더 갚는데 빚 더 많아졌다=세금 부담 탓에 소비를 줄이는 것도 문제지만 취약계층의 재무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지난해 소득 1분위의 가계 소득은 825만원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 소득이 4.4%, 3분위가 5.7%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소득 증가율은 평균을 밑도는데 빚이 늘어나는 수준은 평균(5.7%)의 5배에 가깝다. 2014년 3월 말 기준 1분위 가구의 지난해 평균 금융부채는 3,171만원으로 2012년(2,592만원)과 비교해 21%가 늘었다.

빚이 늘어나는 만큼 이를 갚는 데 쓰는 돈도 늘렸지만 오히려 빚이 더욱 늘어나는 수렁에 빠진 모습도 나타났다. 올해 3월 말 기준 분위 가구가 가처분소득에서 빚을 갚는 데 쓰는 원리금 상환액이 27.2%로 지난해(17.5%)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소득 1분위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20.7%로 2012년보다 14.3%포인트가 증가했다.

서운주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취약계층인 소득 1분위 부채의 질이 나빠진 것은 맞다"며 "다만 1분위의 경우 소득은 낮지만 자산을 가지고 있는 노년층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표상에 나와 있는 것만큼 나쁜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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