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6월 3일] 李 정부에 대한 국민의 뜻

이명박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았다. 친북좌익 정권에 불안해 하던 국민의 간절한 열망에 힘입어 출범한 정권이기에 국민은 한편으로는 안도감을 갖고 다른 한편으로는 커다란 기대를 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는 크게 2가지 측면에서 나타났다. 하나는 친북좌익 정책의 지양이고 또 하나는 경제를 살려달라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 의혹, BBK사건, 위장 전입, 군 기피 등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국민은 ‘좌익만 아니면 된다’는 자기합리화로 당시 이명박 후보를 비호했다. 이명박 후보가 유일한 대안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여러 가지 흠이 있을지언정 차선은 돼달라는 간절함 때문이었다. 정권교체가 실현되던 날 모든 국민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각자 삶의 터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과연 이명박 정부는 국민통합과 경제살리기가 최우선 과제임을 내외에 선포했다. 역대 정권들이 그러했듯 국민통합 포럼이라는 바람잡기식 이벤트도 개최했고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유행어도 생겼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섬기기보다는 국민을 짓밟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기 시작했다. 그러한 의도는 정부요직 인사에서 ‘고소영’ 인사와 ‘강부자’ 내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국회의원 공천에서는 계파를 떠나 오로지 유능한 인재를 뽑아야 한다는 말을 하면서도 계파ㆍ연줄ㆍ보상 공천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등 서부활극을 연출했다. 이러한 일련의 인사를 총론이라 한다면 영어몰입식 교육, 의료보험 민영화, 손 놓고 있는 기름 값 대책, 여론을 무시한 대운하 추진 등은 각론이고 그 결정판이 쇠고기개방 사변이라 할 수 있다. 각론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이명박 정부가 어떤 식으로 국민의 뜻을 거역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자. 영어몰입식 교육은 자식을 유학 보낼 수 없는 부모의 가슴에 상처만 남겨놓은 몽환적 시도로 끝이 났다.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한 학급에서 3분의2 이상이나 되는 학생의 학부모들은 섬김을 받기는커녕 대통령과 ‘강부자’들의 구둣발에 짓밟히는 지렁이로 살다가는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겠다는 위기의식에서 촛불을 드는 쪽을 선택했다. 관용차 덕분에 기름 값 걱정을 할 일이 없는 나리들은 1톤짜리 트럭에 무ㆍ배추 싣고 하루 종일 팔아봤자 경유 값 빼고 나면 빈 지갑이 되는 하루살이 인생의 절망감을 공감해볼 생각이 전혀 없다. 의료보험을 민영화하면 환자가 약을 구입할 수 없어 삶도 포기해야 한다는 부분만 모른 체 하면 의료기업의 수입증대에 기여하게 되니 비즈니스 프렌들리 입장에 일관성이 있기는 하다. 이 경우에도 국민건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감언이설을 앞세우면 그럴싸하게 보인다. “반대여론이 높다고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 여론 따위는 깔아뭉개버리겠다는 의지를 가진 정권 앞에 국민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명박 정부는 물류용에서 관광용으로 말 바꾸고 관광용에서 용수보존용으로 다시 하천관리용으로 찍고 턴, 마무리하면 국민은 대운하인지 자연하천 관리인지 헷갈리다 말겠지 싶은가. 무엇보다 국민 무시의 압권은 쇠고기수입 해프닝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 고시도 5분 만에 일방적인 통보로 끝나버렸다. 상황이 이러하니 ‘농림부 장관 뒤에 숨어 국민을 무시하는 대통령’에게 실망할 수밖에 더 있으랴. 국민은 ‘이거나 먹고 떨어지라’는 뜻인가. ‘짐이 짐을 섬기겠노라’ 하는 숭고한 뜻으로 국민이 알아 모셔야 하는가. 새 정부 들어 청와대 정문을 파격적으로 개방한 것을 알아챈 좌익들이 은근슬쩍 찔러보려 시위대를 청와대로 몰고 가는 것을 보면서 이명박 정부가 좌익 부활의 빌미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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