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국에 심는 한국기업의 혼(현대ㆍ기아차편)] 2. 성공방정식 `아주 좋은 현대차`

“`최고의 동력감을 가진 자동차`(상하이모터쇼), `청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동차`(베이징청년보), `50개의 영향력 있는 차종 가운데 하나`(중국자동차공업협회)ㆍㆍㆍ.” 기아 `천리마`가 올 한해 동안 중국 언론 및 자동차 유관기관으로부터 받은 성적표다. 이 같은 평가답게 `천리마`는 중국에서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 10월까지 중국에서 팔린 천리마와 프라이드는 모두 4만3,292대(천리마 3만7,099대, 프라이드 6,193대). 이 같은 추세라면 올 판매 목표인 5만대(천리마 4만대, 프라이드 1만대)는 무난히 초과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쏘나타도 마찬가지. 공장가동 6개월 만에 생산ㆍ판매 누계 2만대를 돌파하는 등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며, 10월까지 4만2,400대를 판매했다. 연말까지 가면 올 목표인 5만대를 넘어 5만2,000대가 팔리고, 매출도 1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ㆍ기아차가 진출 1년 만에 높고 높은 만리장성을 훌쩍 뛰어 넘어 중원을 파고들며, 거침없이 달리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것도 21세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중국 시장에서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과 어깨를 견주며 `빅4`가운데 하나로 급부상한 요인은 무엇일까. `최고의 품질`과 `치밀한 전략`이 그 정답이다. 세계적으로 성능을 검증 받은 최신 모델인 `쏘나타`와 `엑센트(천리마)`를 초기 모델로 선정,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아주 좋은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단기간에 심어준 것이 주효했다는 얘기다. 심윤수 주중한국대사관 상무관은 “폴스바겐, GM, 혼다 등 세계적인 업체들이 생산하는 자동차를 타온 중국인들이 자동차의 성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감안, 미국과 한국에서 인기를 구가했던 대표차종을 중국시장에 투입한 것이 현대ㆍ기아차가 이른 시간내에 중국 시장을 잠식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차별화 된 광고전략, 스포츠마케팅, 지역사회공헌활동 등 세심한 마케팅 전략도 현대ㆍ기아차의 이미지를 높인 요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제품을 중국 실정에 맞게 업그레이드한 것도 `쏘나타`와 `천리마` 판매에 가속도를 붙였다. 큰 것을 선호하는 현지고객을 취향을 반영해 뒷자리 공간을 크게 하고, 중국 도로사정에 맞춰 엔진을 보강하는 한편 품질 낮은 중국산 연료를 감안, 엔진 인젝터를 선진사양으로 대체한 것이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노조와의 발전적인 공생관계를 구축한 것도 경쟁력을 배가했다. 진출초기부터 노조 설립을 권장하고, `노사는 대립관계가 아니라 운명을 함께하는 공동체`라는 인식을 꾸준히 심어줘 노조가 기업이익 향상에 앞장서는 풍토를 조성한 것. 이는 노조가 앞에 나서 자동차를 홍보하고 품질을 개선하는 것으로 이어지며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임직원에 대한 끊임없는 교육도 품질을 높인 요인이다. 현장직원의 대부분을 한국에 보내 현대ㆍ기아차의 우수한 생산시설을 직접 보게 하고, 중국에서도 똑 같은 품질과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교육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에 연수를 다녀 온 양마오린씨는 “아산 공장에서 연수를 하면서 우리도 한국 수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진출초기부터 현지화를 적극 추구한 것도 조기 정착에 일조했다. 부품업체의 동반진출과 중국 현지 업체 육성을 통해 부품 현지화 비율을 62%로 끌어 올려 비용을 대폭 절감했기 때문이다. 우르환 중국정법대 교수는 “한국에서 조달하는 부품 비율을 공장 가동 1년만에 38%로 떨어뜨린 것은 경이적인 일이며, 이런 현대의 노력이 경쟁력을 높이는 비결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적車 우리가 생산" 종업원들 자신감 넘쳐 ● 르포 베이징현대기차 베이징의 관문인 수도공항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베이징현대기차. 24만평 부지 위에 설립된 2만평 규모의 제1공장 주변에는 `아반떼XD`를 만들 라인증설 공사가 한창이다. 공장에 들어서니 로봇이 쉴새 없이 움직이고, 종업원들이 분주한 손놀림으로 `쏘나타`를 만들어 내고 있다. 마치 울산이나 아산 공장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종업원들의 표정이 밝고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는 것. 도장라인에서 만난 왕칭린씨는 “세계적으로 인정 받은 쏘나타를 내 손으로 만들고 있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곳 직원들은 `한국에서 만든 쏘나타보다 품질이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해 있다”고 말했다.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냐고 묻자, “공후이(工會ㆍ노조)가 정신교육을 시켰고, 이 교육을 통해 `회사가 잘돼야 우리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을 모든 종업원들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조립라인에 근무하는 리런융씨도 “경영진이나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같다. 그 목표는 `중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진이 중요한 것이면 우리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회사가 발전해야 직원복지도 높아지고, 자동차도 잘 팔린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마음속에 고이 간직 된 이런 생각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당초 계획보다 생산량이 많아지고 있다. 올해 5만대를 생산키로 한 목표가 5만4,000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노조가 앞장서 `좋은 회사, 좋은 자동차를 만들자`는 의식을 불어넣어 생산의욕을 북돋은 것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김태윤 생산본부 부본부장은 “ `생산성을 높이자`,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자`고 독려하는 것은 회사보다 노조가 더 적극적이다”며 “이런 노조의 노력은 생산과 판매를 늘리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업원 만족`을 위한 회사의 노력도 돋보인다. 회사 최고 경영진들이 수시로 현장을 돌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같이 해보자`는 동기를 불어넣고 있다. 직원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통해 `노사는 하나`라는 마음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현대기차의 경영층과 노조가 한 마음이 돼 발전적인 공생관계를 구축한 것은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한층 가볍게 만들고 있다. "노조활동 회사발전에 초점 맞출것" [인터뷰] 장지에 베이징현대기차 노조위원장 “베이징현대기차가 중국 최고의 자동차 회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조가 힘을 보태겠습니다.” 장지에 베이징현대기차 공후이(노조) 주석(위원장)은 “노조의 가장 큰 역할은 기업이 발전하도록 뒤에서 밀어 주는 것”이라며 “회사를 사랑하고 기업이익을 높이는데 노조가 앞장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또 “노조 때문에 회사가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기 때문에 노조가 강해 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노조 활동은 오로지 회사의 건전한 발전이 이루어지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위원장의 이 같은 생각에 따라 베이징현대기차 노조는 좋은 기업문화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회사 홍보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노조원들에게 `좋은 회사를 만드는데 동참하자`는 교육을 중점적으로 시키고 있는 것이 그 것. “회사와 노조 사이에 대립이 생기면 회사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은 물론 고객도 회사를 믿지 못하게 되고, 이는 곧 종업원 복리가 나빠지는 원인이 된다”며 “고객도 노조원도 믿는 회사를 만드는데 노조가 일익을 담당하겠다”고 다짐하는 장 위원장의 밝은 표정이 베이징현대기차를 더욱 활기차게 달리게 하고 있다. <베이징=고진갑특파원 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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