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을미년(乙未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엔화약세와 유가하락, 기업실적 악화 등 잇따른 대내외 악재에 시달리며 뒷걸음쳤던 한국 증시는 희망찬 새해를 맞아 3년 넘게 갇혀온 박스권 탈출을 위한 힘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개인과 가정에 큰 행운을 불러온다는 속설을 지닌 '청양(靑羊)'의 기운이 국내 증시에도 퍼질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다. 서울경제신문은 양띠 해를 맞아 올 한 해 한국 증시를 이끌어갈 키워드로 S(Shareholder·주주환원), H(Holding company·지주회사), E(Earning·기업실적), E(Exchange rate·환율), P(Petroleum·유가)를 제시한다.
● S hareholder
주주권리 강화 흐름 새해에도 지속
지난해 국내 증시는 '주주의 힘'이 진정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한 해였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일방적인 합병 결정이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된 게 대표적인 사례. 현대차(005380)와 삼성전자(005930)도 주주의 힘에 밀려 배당확대 등 주주친화정책을 발표했다.
주주권리 강화 흐름은 올해에도 국내 증시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저성장시대를 맞아 외국인과 기관은 물론 개인투자자들까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도 각종 세제혜택 등을 내세워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독려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증시가 성장에서 주주 가치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며 "올해 코스피 상단이 어디까지 열리느냐는 주주정책의 전향적 변화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이 현재 13%에서 25%까지 늘어나면 코스피지수는 2,240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H olding company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작업 속도 낼듯
올해 국내 증시의 화두는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이다. 삼성전자·현대차·SK(003600)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 또는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앞서 가는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은 지난해 삼성SDS와 제일모직을 잇따라 상장시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승계작업과 지배구조 개편의 큰 틀을 그려 놓은 상태다.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현대차와 SK그룹도 계열사 간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등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현대차의 경우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모비스(012330)의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그룹 경영권 승계의 관건이다. 결국 정 부회장이 31.88%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를 높인 뒤 현대모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주로 꼽히는 SK C&C도 비슷한 이유로 SK와 합병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E arning
경기회복으로 실적개선 여부 주목
올해 코스피가 박스권을 탈출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기업들의 실적개선이다. 지난해 증시부진의 원인도 삼성전자·현대차를 비롯한 대표 기업들의 실적부진에 있었던 만큼 올해 이익 반등 여부가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200 종목 가운데 실적 전망치가 있는 126개사의 올해 영업이익 합계는 120조8,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전망치 101조2,300억원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기준 한국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역시 19.1%로 세계 주요국 가운데 이탈리아(35.1%)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경기회복에 따른 경기민감업종의 상대적 강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 실적 호조를 거둔 경기민감 업종이 업황개선에 대한 신뢰상승으로 하반기 주도 업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E xchange rate
强달러·엔저 이어져 수출주 환율 리스크
국내 증시는 올해도 달러강세·엔화약세의 여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경기 호조에 따른 금리인상으로 달러강세 압력에 노출됐다"며 "달러강세가 진행될수록 국내 증시상승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과 자본이탈에 따른 위기의식은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화약세 흐름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반기 달러당 101~104엔대에서 거래되던 엔화는 10월 말 일본은행의 기습적인 추가 양적 완화로 급격한 약세를 타기 시작해 120엔대까지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환율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철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올해 말 엔·달러는 130엔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고 엔저에 동반돼 원·달러도 1,200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수출 업종의 실적에 엔저 스트레스가 지속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 P etroleum
끝모를 유가 하락… 정유·화학주에 악재로
지난해 글로벌 증시의 큰 변수로 작용했던 유가하락 현상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 100달러대를 유지하던 국제유가는 7월을 기점으로 급락하기 시작해 12월 말 50달러대까지 주저앉았다. 원유공급이 늘어나고 달러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요까지 줄어들며 유가는 하락폭을 키워나갔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포함한 주요 산유국의 감산이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유가 하락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또 전통적 수요의 대체효과(셰일가스)와 연비개선(기술혁신), 채굴량 증가(새로운 유전 발견) 등 새로운 변화도 유가하락을 부추길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이러한 유가하락은 올해에도 정유·화학 등 에너지 업체들에 치명적인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유가하락에 따른 구매력 개선과 원가하락의 영향을 받아 국내 수출산업과 증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