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경기지표들이 ‘긴장’과 ‘이완’을 거듭하며 혼란스럽다. 내수지표들은 한달 사이에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고 대외 경제변수들도 미국 금리인상과 유가상승, 중국의 긴축정책, 여기에 환율 움직임까지 흐릿하기만 하다. 각종 외부 악재에 빠져 허우적대던 1년 전 모습을 연상시킨다. 경제 전문가들마저 경기의 향후 방향성을 점치는 것을 포기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기는 지난해의 흐름을 되풀이할 것인가. 지난해 초 경기를 이끌었던 핵심 요인은 주가지수. 이라크 전쟁이 끝나면서 주가는 900선까지 치고 올라갔다. 올해보다 100포인트 가량 낮은 수준에서 상승무드를 탔다.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도 지난해 1월 111.3에서 2월 111.8, 3월 112.0 등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긴축정책 등의 여파로 4월 111.9, 6월 111.6 등으로 이내 하강했다.
1ㆍ4분기 동안 나온 각종 지표와 환경들을 놓고 지난해의 복사판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게 사실이다. 정부도 그 같은 전망을 완강하게 부인한다. 우선 내수의 동향과 여건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지난해의 경우 탄핵 등 정치적 이슈들이 악재로 작용했고 신용불량자 등 가계부채 문제가 최악의 상황에 몰려 있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올해는 가계부채 구조조정이 마무리 국면에 다가섰고 장기간 침체에 따른 반등의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경기선행지수도 2개월 연속 상승곡선을 그렸다. 환율하락 덕분에 유가에 대한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도 지난해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다. 정부의 분석은 분명 타당성이 있다. 각종 지표들을 분석해보면 적어도 지난해의 더블딥 현상은 재연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현 지표들은 낙관론을 주장하기에 앞서 도처에 깔린 지뢰밭부터 확인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와 같은 최악의 하강곡선은 아니더라도 긍정적 기운들이 확연하게 사라지고 있는 것도 틀림없어 보인다. 지난 29일 발표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더욱 그렇다. 시장에서는 ‘산업생산 쇼크’까지 발생했다. 류승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이후 지속된 재고누증으로 인한 생산조정 압력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산업생산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거시환경 변수가 너무나 불확실하다. 경제 전문가들조차 대외변수의 방향성에 대해 전망을 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불안하다. 달러화 전망이 대표적이다. “달러화가 20~30% 추가로 절하될 수밖에 없다”고 극단적으로 말하는 시각과 “오는 5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약세 기조는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병행해 나타나고 있다.
유가에 대해서도 배럴당 60달러까지 간다고 분석하는 기관과 40달러대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곳이 혼재돼 있다. 나란 안의 환경도 녹록지 않다. 재보선을 앞두고 여당에서는 각종 분배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어느 사이 성장주의의 기운이 퇴색하는 듯하다.
선거가 끝나면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특유의 개방정책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높다. 농업개방을 위한 국회비준과 스크린쿼터 등을 놓고 경제주체들의 갈등이 표면화할 수 있다. 참여정부 초기의 극심한 사회불안 양상이 재연될 개연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경제지표가 지난해처럼 꼬꾸라질 가능성을 배제하면서도 불안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를 괴롭히는 최대 적인 ‘불확실성’이 다시 우리 경제를 엄습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다. “당분간 앞으로의 경기회복 강도에 대한 기대수준을 다소 낮춰 잡는 냉정함이 필요하다”(류승선 연구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