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패망 모른채 13년간 은둔생활…96년 손배소"내 일생 최대의 한(恨)은 일본정부와의 싸움(재판)에서 이기는 걸 못 보고 가는 것이다. 원통함에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하리라."
도쿄(東京)지방재판소는 12일 일본정부에 대해 중국인 징용자 고 류롄런(劉連仁)에게 2,000만엔을 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불귀의 객이 돼 승소판결을 듣게 된 류옹은 87세로 숨지기 전 아들 환신(煥新)씨에게 이런 한탄과 함께 "설사 이번 재판에서 진다 해도 자자손손끝까지 싸워 이기라"고 유언했다고 홍콩 일간 명보(明報)는 전했다.
산둥(山東)성 출신인 류옹은 1944년 홋카이도(北海島)의 탄광지대로 끌려와 강제 노동을 하던 중 일부 동료들이 일본인들에게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뒤 탈출했다.
그러나 그는 45년 일제가 패망한 사실을 모른 채 13년간 산속 동굴 속에서 은거하며 도피 생활을 하다 58년 2월 중국으로 귀환했다.
그는 96년 3월 도쿄 지방법원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공식 사과 및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고령에도 불구, 5차례나 도쿄 법정에 출정해 증언하는 등 5년 가까이 일본정부와 집요한 싸움을 벌였으나 승소 판결을 지켜보지 못한채 지난해 9월 사망했다.
환신씨는 니시오카 세이치로(西岡淸一郞) 판사의 판결이 나온 후 명보 기자와 만나 "'대담하게 끝까지 소송을 포기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유언이 있었다"고 밝히고 "살아계셔서 이 모습을 지켜봤어야 했는데."라고 울먹였다.
그는 "아버지는 운명 직전까지도 일제 잔혹상에 대한 회한과 비분이 가득찬 모습으로 '끝까지 싸워 이기라'는 말씀을 남기셨다"고 전했다.
/홍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