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미소금융, 중복대출 사고땐 속수무책

통합전산망 미비로 他기관 이용자 파악 안돼… 악의적 대출사기 노출


저신용계층에게 무담보로 소액 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디트)을 해주기 위해 최근 속속 문을 연 미소금융재단들이 동일인에 대한 중복 대출 사고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여러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ㆍ단체에서 중복 대출을 받아 잠적하는 악의적 대출자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소금융재단들이 최근 잇따라 대출영업을 개시했지만 기존에 개별적으로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해온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ㆍ복지사업자 등과의 통합전산망이 갖춰져 있지 않아 대출신청자에 대한 중복 대출 여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미소금융사업을 총괄 감독하는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합전산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지만 일러야 내년 6월1일에나 가동될 예정이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재단은 통합시스템이 가동되기 전까지는 일일이 대출신청자를 수작업으로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재 중앙재단 인력이 2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데다 다른 업무까지 맡고 있어 자세히 점검하기는 역부족이다. 실제로 중앙재단은 기존의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은커녕 최근 출범한 미소금융 지역재단의 대출신청 건수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소금융재단들이 사전에 대출부적격자를 제대로 가려내기가 어렵다. 현행 대출 규정은 미소금융재단이나 복지사업자나 정부ㆍ지자체 등으로부터 금융지원을 받은 사람은 미소금융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돼 있다. 현재 미소금융재단 이외에 서민 소액금융지원 사업을 하는 곳은 ▦복지사업자 11곳(신나는 조합 등) ▦기타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 11곳(보건복지가족부 산하 희망키움뱅크, 중소기업청, 신협 등) ▦사회적 기업 지원기관 3곳(노동부, 사회적 기업지원네트워크, 사회적 기업연구원) 등이다. 또한 이들과 별도로 각 지자체 등이 자체적으로 벌이는 창업 지원금융사업 등도 난립해 있다. 이들은 단체나 기관에 따라 1인당 최대 1억원까지 대출해주고 있어 미소금융대출(용도 등에 따라 최대 1억원)까지 중복 대출 받을 경우 수억원을 챙기고 잠적하는 악의적 대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 한 미소금융재단의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미소금융대출을 여러 건 중복해 받고 사라져도 추적해 채권을 추심할 수 있는 인력이나 시스템도 미비하다"며 "솔직히 마음 먹고 사기 치려는 전문 꾼들이 덤빈다면 속수무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통합전산시스템이 완비되기 전까지는 미소금융 중앙재단의 인력을 서둘러 보충해서라도 수작업을 통한 중복대출 사전체크 업무를 보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소금융중앙재단도 조만간 조직개편과 인력 보강 등을 실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운영경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어 충분한 인력 확보가 이뤄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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