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포항에서의 `철강물류대란`을 시작으로 10여일째 계속되고 있는 전국운송하역노조 산하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우리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1,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가져온 화물연대 포항지부 파업이 끝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부산지부가 수출입 대동맥인 부산항에서 파업을 벌이면서 수출입 화물 운송이 마비되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수출품 선적이 지연돼 수천억원대의 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이고 원자재 수입이 어려워져 제조업체들이 공장가동을 중단해야 한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
물론 화물연대 소속 지입차주들이 이렇게 집단행동을 하는데는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다. 지입제와 거미줄 같은 다단계 운송알선구조 때문에 중간단계에서 뜯기는 돈이 많아 운송수입으로는 생계비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지입차주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생존권 차원에서 오래전부터 문제제기를 해왔으나 정부와 화주들로부터 외면당하면서 억눌렸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문제는 사태해결의 방식이다. 화물연대가 포항을 시작으로 광양, 부산 등 주요 거점별로 실력행사에 들어가면서 화주들과 진지하게 대화를 했다는 흔적은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난 12일 노ㆍ정 일괄협상 결과를 수용할지 여부를 묻는 화물연대 부산지부의 투표장에서는 “이틀간 투쟁하니까 항만물류가 완전히 마비되더라. 파업을 조금 더 하면 정부가 완전히 굴복할 것이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기도 했다.
참여정부 들어 노조의 `힘 과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산중공업 파업이 정부의 개입으로 63일만에 겨우 타결돼 한숨을 돌리는가 싶더니 민영화를 둘러싼 철도노조의 파업경고에 이어 화물파업에 이르기까지 숨돌릴 틈이 없이 진행되고 있다.
물리적인 힘을 통한 사태 해결은 우리 경제에 너무 큰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한동안 경기침체로 고전하던 우리 경제가 이라크 전쟁의 종전과 미국의 경기부양이라는 모처럼의 호재를 만났지만 이를 살리기는 커녕 파업이라는 암초를 만나 다시 비틀거리고 있다. 대립적인 노사관계는 장기적으로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외국투자자들이 우리나라로부터 발길을 돌리게 만든다. 화물연대의 파업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참여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동북아 경제 중심`의 실현은 헛구호가 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환경이나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면 이 마저도 힘들어진다. 물리력에 의한 사태 해결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철수(사회부 차장) cs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