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설비·재고 여전… 새 수요처 창출못해미국 기업들의 자본투자가 살아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 경제회복의 관건으로 분석되고 있는 투자 회복의 지연은 미국 산업계의 과잉설비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다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설비 과잉은 기업들의 출혈 경쟁을 유발, 가격 디플레이션, 수익 악화, 부채 증가의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지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자본 투자 증가율은 지난 98년을 최고로 떨어지기 시작해 경기침체기인 지난해엔 전년대비 5% 감소했다. 올들어도 자본 투자는 감소추세에 있다.
지난 8월 산업재고는 전월대비 0.1% 감소했는데, 이는 미국 기업들이 경기가 하강한지 2년이 지나도록 아직 과잉 설비에 따른 재고 물량을 해소하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제너럴 모터스(GM)의 리처드 왜거너 사장은 "적은 설비로 많이 생산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며 올해 설비투자규모를 10억 달러(10%) 줄였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공장가동률을 높이고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이자 할부금융을 지속하는 바람에 부채와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
GM의 부채는 1,870억 달러, 포드는 1,620억 달러로, 이는 외환위기당시 한국의 대외부채보다 많은 규모다.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16일 GM의 신용등급을 한등급 강등하고, 포드도 내릴 것을 예고했다. GM은 3ㆍ4분기에 8억 달러, 포드는 3억2,600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설비 가동률이 75% 이하인 제조업체는 미국 전체의 41.7%로 3개월전보다 늘어났다.
미국 기업들의 투자감소는 금속가공업, 기계산업, 통신설비산업, 컴퓨터 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 미국 제조업계의 생산은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전인 2년전에 비해 3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최대 컴퓨터업체인 IBM은 지난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에 비슷하나 수익이 지난해 16억 달러에서 올해는 13억 달러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데는 이라크전 불안, 주식시장 침체, 경기 회복 지연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설비투자 감소로 비주거용 빌딩의 건축은 지난 8월에 한달전보다 3.1% 감소했으며, 공장건축은 같은 기간에 무려 40% 급감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