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느끼고 그리다 보니 어느새 '완쾌'

대체의학 뿌리 내리는 '미술치료'<br>치료과정 한눈에 이해 가능<br>정신과 분야 넘어 영역 확대

미술치료는 정신과적 질환치료에 주로 사용돼 큰 효과를 보았지만 최근에는 심리적 안정, 웰빙 및 삶의 질을 높여주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치료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사례1 : 2004년말 ‘뇌출혈’이 발생해 신경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김모(여ㆍ59)씨. 이후 몇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후유증으로 언어장애가 생기고 우측 팔에 마비가 와 팔을 거의 쓸 수 없게 됐다. 김씨는 재활치료와 함께 시계ㆍ집ㆍ나무ㆍ구름ㆍ과일 그리기, 틀린 그림 찾기, 점토로 컵 만들기 등을 반복한 결과 팔의 근력이 향상돼 전에는 할 수 없었던 옷 갈아입기와 목욕 등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됐다. #사례2 : 경기도의 한 알코올중독상담센터에서 우울증이 심한 환자 10여명에게 약 9개월간 집단으로 동굴 그리기, 자신의 얼굴 그리기, 등대 그리기 등을 40여 차례 실시한 결과 이들의 우울증 척도가 치료전 52.8%에서 치료후 24.6%로 절반이상 낮아졌다. 또한 자아존중감의 정도는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들 두 사례들은 미술치료의 최근 사례들이다. 국내에 약 10년전부터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미술치료가 최근 다양한 분야의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이에 리빙앤조이는 그간의 ‘음악치료’, ‘원예치료’에 이어 보완대체의학의 세 번째 순서로 ‘미술치료’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다. ◇미술치료란=미술치료란 미술이라는 시각매체를 활용해 환자의 불안정한 감정을 완화ㆍ정화하고 이를 통해 현재의 힘든 상황을 극복해 병을 치유할 수 있도록 보완하고 지원하는 행위이다. 사실 미술치료의 기원은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샤머니즘 의식, 부족, 무속화, 구석기 시대의 동굴벽화 등 개인이나 집단의 안녕을 위한 행동들을 미술치료의 기원으로 보고 있다. 이후 19세기말에 이르러 아동과 정신질환자들이 그림에 관심을 보임으로써 치료적인 측면이 보다 강조되고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미술치료 적용분야=예전에는 정신과적 질환치료에 주로 사용돼 왔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질병에서 심리적 안정, 웰빙 및 삶의 질을 높여주는 치료도구로 사용범위가 늘고 있다. 차바이오메디컬센타의 김선현 미술치료클리닉 교수는 “최근 미술치료는 기존의 정신과적분야 외에 발달장애아동, 암환자의 불안증 감소, 치매환자의 인지기능 재활, 스트레스 감소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공황장애, 정서장애, 틱장애, 우울증 뿐만이 아니라 산부인과 질환, 산전ㆍ산후 산모 클리닉, 학습장애, 자폐, 게임중독, 등교 거부증, 자아성장 클리닉, 교우관계 개선, 성폭력을 당한 후유증 치료 및 부부간의 불화극복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 이용된다. ◇해외 미술치료 현황=유럽의 경우 약 400여곳의 병원에서 통합의학의 한 형태로 음악치료, 율동치료 등과 함께 미술치료가 활발하게 실시되고 있으며 의료보험도 적용된다.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의 홈볼트 대학 부속병원의 경우 환자가 입원했을 때 반드시 미술치료를 포함한 예술치료를 받게 돼 있으며 6~7회 실시이후 치료사, 주치의와의 회의를 통해 환자 퇴원을 결정한다. 미국에서는 100여개의 의과대학에서 보완대체의학으로서 정식교과과정으로 개설돼 있다. 세계적인 암치료기관인 앰디앤더슨병원의 경우 암환자가 겪는 불안과 신체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 미술치료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병원측은 환자들의 미술치료작품을 엽서로 제작해 수익을 얻는 등 미술치료를 위한 재정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장수노인이 가장 많은 일본의 경우 치매에 미술치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일본의 감성복지연구소는 미술치료가 노인들의 뇌기능에 미치는 영향 등 미술치료의 치매증상 개선 연구데이타를 수집하는 등 과학적인 미술치료정립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60년 국립서울정신병원에 도입돼 산발적으로 시행되다가 80년대 들어 한국미술치료학회, 한국예술치료학회 등 여러 학회들이 창립되며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지난해에는 정신과의사 및 미술치료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한임상미술치료학회가 발족되기도 했다. 이후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 노령화와 맞물려 관심이 늘었지만 의료권 안에서의 정식미술치료기관은 1곳뿐이다. 치료과정을 개설한 대학원도 15곳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김선현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직업적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는 사람 외에 중ㆍ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일은 드물다”며 “아마도 전통적인 유교사상으로 인해 자신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미술치료가 국내에 들어온 시기에 비해 확고한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며 “서양미술치료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 국내실정에 맞는 ‘한국 미술치료’를 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미술치료의 장점=첫째, 환자의 상태를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유형의 자료를 즉시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즉 눈으로 볼 수 있고, 만져볼 수 있는 자료가 환자로부터 생산되는 것이다. 환자가 만든 어떤 그림과 조형물 등은 치료자와 환자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체 노릇을 한다. 어떤 환자들은 한 번의 작품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저항성이 강한 환자들의 경우 시간이 오랜 걸릴 수 있다. 둘째, 자료의 영속성이다. 자료를 지속적으로 보관할 수 있어 필요시 재검토가 가능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환자의 작품변화를 통해 치료과정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셋째, 창조성과 신체적 에너지의 유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미술작업을 진행하면서 토론하고, 감상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통해 자신의 활기찬 모습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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