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양지로 나온 대마초


삼베의 원료인 대마는 경제적 가치가 뛰어난 작물이다. 천연 섬유인 면화와 견줄만하고 씨앗에서 기름도 얻을 수 있다. 섬유 성분은 고래 심줄 같아 선박용 밧줄 재료로 으뜸이다. 고대엔 만병통치약으로 통했다. 우리 조상들이 수의를 삼베로 삼은 것도 항균 성분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단년생이고 성장 속도가 빨라 무한 재생산이 가능한 장점도 있다. 대마를 종이의 원료인 펄프, 바이오 오일 작물인 옥수수를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여기서 연유한다.


△문제는 환각성. 입과 꽃대에 함유된 THC라는 환각 물질은 중추신경을 자극해 환각과 흥분 효과를 일으킨다. 담배처럼 건조해 말아 피는 게 대마초 또는 마리화나다. 꽃대의 진액을 추출하면 해시시가 나온다. 대마초 무해론도 있다. 영화배우 K씨는 '담배는 되고 대마초는 안 된다는 건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 침해'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당했다. 개인의 행복추구권보다 공중보건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관련기사



△대마는 인류가 재배한 가장 오래된 작물 중 하나다. 쓰임새가 다양함에도 20세기 들어 마약 성분의 폐해로 대마산업은 사양길을 피할 수 없었다. 20세기 초 미국의 대마초 불법화가 결정적이다. 그 배경엔 음모론적 해석도 있다. '대마를 위한 변명(유현, 2004)'에 따르면 제지와 화학 자본의 로비에 의해 경쟁상대이던 대마산업이 초토화됐다는 것이다. 실제 19세기까지만 해도 대마는 면화와 더불어 남부 플랜테이션 농업의 한 축이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도 대마 농장주였다.

△대마초를 합법화한 미국 콜로라도주의 판매점 앞에 새해 첫날 장사진을 친 사진이 지난주 지면을 장식했다. 워싱턴주도 봄이면 뒤를 잇는다. 중독성과 환각성이 낮아 차라리 양성화하는 게 코카인 같은 강한 마약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세수 확보도 염두에 뒀다. 마약을 안보상 위협이라며 남의 나라에 특수부대까지 몰래 내보냈던 미국의 유례없는 실험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권구찬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