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기업들은 경기 회복에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28개 주요 기업의 지난해 4ㆍ4분기 수익이 전년보다 평균 7.7% 줄었지만, R&D 투자규모는 0.7% 감소하는 데 그쳤다고 7일 보도했다. 지난해 수익 증가율이 0에 가까운 수준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R&D 투자를 21% 늘렸다. 인텔은 2008년 4ㆍ4분기 순익이 전년 대비 90%나 폭락했지만 2009년 R&D 투자규모는 약 4% 가량 줄어든 54억 달러로 책정했다.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R&D 투자액을 늘린 자동차기업 등은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다. 기업들이 R&D 투자를 줄이지 않는 이유는 경제가 회복된 이후를 위해서다. 역사적으로 불황기에 R&D 투자를 아끼지 않은 기업들이 '대박'을 터뜨린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2001년 10월 출시한 '아이팟'으로 전세계를 휩쓴 애플이 대표적인 사례다. 애플의 1999년~2002년 수익 증가율은 경기불황과 2001년 9ㆍ11테러로 인해 마이너스 6%대였지만, R&D 지출은 무려 42%나 증가했다. 반면 2002년 R&D 투자규모를 13% 줄인 모토롤라는 2004년 휴대전화 '레이저'를 출시한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꾸준한 R&D 투자로 성과를 내려면 최소한 2~3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무조건 투자액을 늘려 승부를 보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휴렛패커드(HP) 등에서 근무했던 컴퓨터 공학자인 믹 래밍은 "진짜 획기적인 상품은 연구자들이 취미삼아 하는 엉뚱한 연구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단기간의 R&D 프로젝트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